[MT 시평] 사람 투자의 선순환 구조

[MT 시평] 사람 투자의 선순환 구조

손동영 기자
2014.11.26 07:12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과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수준에 못 미치는 반면 월평균 임금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장 보고서에 사용된 통계자료 및 추론의 적절성에 대한 의심부터 홍콩과 싱가포르는 잘못된 비교대상이라는 반박,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상공회의소의 얄팍한 의도에 대한 지적까지 다양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방송사의 뉴스에서는 기자 자신이 13시간째 근무 중이라며 상공회의소의 발표를 에둘러 비난하기도 했다. 상공회의소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보다 더 일해야 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일하는 양에 비해 너무 임금이 높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한 차례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사람과 노동의 가치에 인색한 국내 기업들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적잖이 불편하다.

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정규 근무시간만을 따지는 것으로는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 4명 중 1명은 출퇴근에만 매일 약 1시간30분 이상 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며, 2시간 이상 소비하는 근로자의 비중도 작지 않다. 더불어 정규 근무시간 외에 존재하는 갖가지 명목의 야근, 모임과 회의까지 포함한다면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기존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라는 명백한 제한을 갖기에 근로시간 증가는 필연적으로 개인적 삶의 축소로 이어진다. 여가시간을 갖기는커녕 가족과 대화도 못하고 최소 수면시간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유연한 사고와 혁신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평균 근로시간보다 근로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질 수 있는 평균 여가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한국 근로자의 노동 현실을 더 적절히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Google)은 회사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5분의1을 회사의 이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관심분야에 쓰도록 장려하고 지원해왔다. 장시간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다보면 나무만 보다 숲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고, 그렇게 시작된 작은 실수가 또 다른 실수들로 이어진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구글의 정책은 직원들이 일정 시간 주요 업무로부터 벗어나 더 큰 그림과 맥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을 하다보면 본래 하던 업무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시점의 변화가 결국 가치있는 인사이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통해 노동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논의의 초점이 노동의 절대량이 아닌 '사람이 산출해내는 가치'로 옮겨가야만 한다. 사람은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모든 가치가 비롯되는 원점이라는 생각이 사회 저변에 자리잡아야만 한다. 가치는 압력을 가하고 닦달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낮과 밤의 순환처럼 노동이 삶과 선순환을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을 낮은 임금으로 최대한 이용하다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탈피해 그들의 행복이 조직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전환되는 길을 열 때 비로소 창조와 혁신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가는 더 이상 근로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나머지가 아니라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지렛대며 기업이 지불하는 임금은 조직을 돌리는 '비용'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대한 '투자'라는 사회적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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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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