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기술을 죽이는 문화, 살리는 문화

[광화문]기술을 죽이는 문화, 살리는 문화

장윤옥 부국장
2014.12.02 08:15

주위에 사춘기 자녀를 둔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고민의 요지는 대부분 ‘착하고 순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것. 아이와 이런 저런 갈등이 쌓이고 엄마와의 관계가 날카로워 질 무렵이면 결국 아빠가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구원투수 투입이 항상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평소 아이와 종종 시간을 갖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눴던 사이라면 구원투수 역할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큰 마음먹고 나눈 아이들과의 대화는 화를 부르기 일쑤고, 인생경험을 담은 충고는 아이들에게 뻔한 잔소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다가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더 반발하기도 한다. 부모가 평소에 아이들의 생각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네 고민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놓아야 사춘기 에도 최소한 접속이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직원끼리 협력해야 한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당장의 실적과 경쟁만을 평가하면 직원들의 눈은 여전히 실적과 부서간 경쟁에 머물 것이다. 혁신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무조건 상사의 말에 복종하는 직원이 칭찬을 받는다면 직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서랍 속에 처박고 만다. 회사가 소프트웨어는 적당한 외부 기업 찾아서 맡기면 된다는 식으로 업무를 해 왔다면, 아무리 높은 연봉을 준다고 해도 능력 있는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회사에 영입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려 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개발만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작 이들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기술자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지식서비스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엔지니어는 다른 부서의 지휘를 받는 하위 업종으로 여겨지는 문화에서 기술을 통한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보물을 얻으려면 보물을 담을 그릇부터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귀한 도자기를 질그릇으로 쓴다면 도자기의 가치는 빛을 잃고 결국 가치를 알아본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에 입사한 한 여학생 A씨의 이야기는 엔지니어를 대하는 기업문화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A씨는 졸업후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잇따라 입사제의를 받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선뜻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자 페이스북 인사담당자는, A씨에게 회사의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와의 통화를 주선했다. 여성경영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세릴 샌드버그에게 입사권유를 받은 A는 결국 페이스북행을 택했다고 한다.

아무리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탐나는 신입직원을 입사시키기 위해 스타급 임원이 직접 전화하는 문화를 우리는 갖고 있을까. A씨가 페이스북을 택한 것은 세릴 샌드버그에게 설득당해서가 아니라 회사가 자신을 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각 기업들이 새 식구를 받아들이는 채용 시즌이 됐다. ​기업들은 저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창의력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수차례 면접도 보고 특별한 문제를 만들어 시험도 친다. 하지만 정말 기업의 혁신을 이끌 인재를 제대로 선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기술혁신을 외치면서 제대로 기술인을 대접하지 않으면 정말 창의력 있고 꿈을 가진 인재들을 다 뺏길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역량있는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이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느냐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기업들은 역량 있는 기술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미생의 샐러리맨이 되기 위해 우리 기업을 선택할 한국의 저커버그는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