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복지후진국인가? 복잡하지 않은 질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한국이 복지후진국이라 대답한다. 이의 근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한국은 우선 경제규모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산출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선 국민총생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GDP의 약 10%다. 이는 OECD국가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국가 복지지출의 평균이 약 22%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복지지출을 근거로 많은 사람이 한국은 복지후진국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말 복지후진국인가?
이 대답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현 복지수준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도 아니다. 이 대답은 우선 우리나라의 낮은 복지지출이 상당부분 낮은 복지수요에 기인한 것임을 간과한다. 복지에 대한 수요가 아직은 적은 것이 낮은 복지지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복지지출 증가를 이끄는 복지수요의 대표적인 것은 인구고령화와 실업이다. 인구고령화는 복지제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금지출을 늘린다. 동시에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월등히 자주 건강서비스를 이용한다. 또한 실업자들 역시 실업급여나 사회부조를 받아야 살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와 실업은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OECD국가들의 평균인 15%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실업률도 거의 4% 이하 수준을 유지한다. 이렇게 실업자가 적고 노인이 적으면 복지지출도 낮게 유지될 수 있다.
우리나라 복지지출의 또 다른 특징의 하나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연금지출이다. 2009년 우리나라 연금지출은 국민총생산의 약 2%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해 OECD국가들의 평균인 9.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연금지출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늦은 시기인 1988년에 도입되어 아직까지 수급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특징인 낮은 복지지출은 복지제도의 후진성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복지제도의 수요를 유발하는 고령화와 실업문제가 아직 심각하지 않은 데도 큰 원인이 있다. 이에 덧붙여 국민연금제도의 미성숙으로 연금지출 수준이 아주 낮은 것도 낮은 복지지출의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단순히 복지후진국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미성숙성도 우리나라 복지제도 특징의 하나다. 미성숙한 복지제도의 특징은 앞으로 별다른 정치적 결정 없이도 복지지출이 자동으로 증가한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시간이 지나면 수급자가 자동으로 증가하고 이는 급여지출을 늘릴 것이다. 또한 급속히 진행될 인구고령화도 복지지출을 급속히 늘릴 것이다. 실업률 역시 더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현 복지제도를 확장 없이 유지하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자동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들의 PICK!
이런 점에서 후진성과 더불어 미성숙성도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후진적인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앞으로도 더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성숙한 우리나라 복지제도 하에서 복지지출은 앞으로 자동으로 증가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무질서한 복지제도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복지지출은 교육투자나 기술투자와 같이 국가의 다른 생산적 활동을 위축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복지확대는 정교히 수립된 전략적 목표 하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이 일반 국민에 대한 연금제도는 앞으로도 확대되어야 하겠지만 공무원연금과 같은 지나친 복지혜택은 과감히 조정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