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하는 비정규직 대책...내실있는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그래도 발표는 할 겁니다. 일단은 대략적으로라도 발표를 해야겠죠."
지난 19일 열린 노사정위 특위에서 만난 한 정부 인사의 말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위 회의가 자정을 넘겨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시점이었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초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 발표에 앞서 '사회적 합의'로 노사 간의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사회적 합의'는 비정규직 대책을 돋보이게 할 '장식'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오는 29~30일쯤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전에도 노측에서는 여러 차례 정부의 일방통행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19일 특위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노동계 합의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본 합의문에 반발해 사무총장이 회의에도 불참하고 있는데, 어떻게 합의를 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 관계자나, 노사정위 관계자 쪽에서 근거 없이 흘리는 말들이 모두 노측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책이 이슈가 된 것은 불과 몇 달 전부터다. 최경환 부총리가 정규직 과보호를 언급하면서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이후 정부는 정책의 얼개를 언론에 흘리고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불과 2~3개월 만에 정책을 확정 발표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일부 노동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게임에 노와 사는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선에 대해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 불발로 새로운 생태계를 이른바 '초치기'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사회적 '숙의'의 결여가 정책의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들조차 '들러리'로 만드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