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기업에 날개 되는 ‘월드클래스300’

[MT 시평] 기업에 날개 되는 ‘월드클래스300’

정재훈 기자
2015.05.15 07:07

상표라는 뜻의 브랜드(brand). 이 단어의 어원은 ‘불에 달구어 지진다’는 뜻으로 사용된 노르웨이 고어(古語) ‘brandr’다. 가축에 인두로 낙인을 찍어 소유권을 표시한 것처럼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문맹률이 높은 편이었는데, 당시 상점 주인들이 간판 대신 팔고 있던 물건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표시를 가게 앞에 걸어놓은 것에서 브랜드가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오늘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 중에는 제품의 기술력이나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우선 집중하다보니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대해선 그만큼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들이 R&D(연구·개발) 외에 인력, 자금확보, 마케팅, 해외진출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성장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측면지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월드클래스300’이다.

이 사업은 2017년까지 세계적 경쟁력(world class)을 가진 국내 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책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150여개사 정도 선정되어 기술개발, 인력확보, 자금지원, 컨설팅 등을 받게 됐다. 현재 필자가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월드클래스300’을 전담운영하는 기관이다.

2011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제도인 만큼 이제 웬만한 기업들 사이에서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높아진 편이다. 또 수출 경쟁력이 좋은 우량기업들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선정된 기업들의 자부심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월드클래스300’ 지원을 받는 몇몇 기업의 현장애로 파악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임직원의 명함에 대부분 ‘월드클래스300’ 로고를 덧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부산에 있는 열교환기 제조전문업체 동화엔텍은 지난해 월드클래스300에 최종 선정된 날을 회사 자체적으로 ‘월드클래스300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장차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대표이사나 사업 담당자 일부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직원들과 함께 기념하기 위해서다.

사실 ‘월드클래스300’ 제도는 품질을 인증하는 KS마크처럼 정부의 공식 인증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된 기업들은 ‘월드클래스’라는 단어 자체를 자연스럽게 일종의 브랜드로 여기면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월드클래스300’을 통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최근 들어 크고 작은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해외 산·학·연들이 우리나라 기업과의 기술제휴 및 공동 R&D를 고려할 때 ‘월드클래스300’ 선정 기업들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월드클래스’ 브랜드를 앞세워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오는 셈이다. 또 대기업만 바라보던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월드클래스300’ 기업들은 매력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KIAT와 월드클래스300기업협회가 개최한 채용박람회에는 하루에만 4700여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월드클래스300이라는 사업명은 필자가 정부에 몸담고 있을 때 직접 기획하고 작명해 만들어냈던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월드클래스300 선정 기업들이 외형적 성장 외에도 질적 성장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도 정부와 KIAT는 ‘월드클래스300’이 ‘좋은 회사’(good company)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는 그 날까지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돋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공헌에도 열성인 기업이 많아져서 ‘월드클래스300’ 브랜드의 가치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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