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사회적 합의체의 성공 조건

[MT 시평] 사회적 합의체의 성공 조건

김원섭 기자
2015.05.27 07:18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고 여기서 나온 합의를 바탕으로 연금개혁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시기 많은 정부는 세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개혁안을 관철하려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주로 설득하고 굴복시켜야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금개혁에서 새누리당은 야당과 공무원단체와 함께 국민대타협 기구를 구성해 합의안을 도출하려 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기구는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놀랍게도 이는 정부나 여당이 주장한 것보다 야당과 공무원단체가 주장한 안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합의안은 당초 정부와 새누리당이 선호하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이라는 목표를 완전히 포기했다. 대신 더 내고 덜 받는 개혁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상향을 주장한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단체의 기본입장이 합의안에 거의 반영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은 정부와 여당의 과감한 양보를 통해 도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이러한 개혁방식이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회적 합의기구의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위해 사회적 합의체를 이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인구고령화의 위기에 직면한 선진국들은 주로 연금 급여를 삭감하는 개혁을 실시하였다. 인기 없는 개혁을 수행함에 따라 예상되는 직접적인 저항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많은 정부들이 사회적 합의체를 이용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사회적 합의기구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합의기구의 위원들이 당파적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생각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합의기구가 이해집단과 정치적 당파로부터 독립적이었고 그들의 전문성이 존중되었다. 셋째, 합의기구가 포괄적 과제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 합의기구도 성과와 한계를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이번 합의기구의 가장 중요한 강점은 포괄적인 과제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합의기구는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합의안까지 도출했다. 그간 대부분 정부위원회는 여러 개의 가능한 방안을 제시할 뿐 합의안을 도출하려 하지는 않았다. 둘째, 정당의 추천을 받은 소수 전문가가 합의기구를 구성했는데 이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외부의 당파적 개입에서 상당한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동시에 이번 합의기구는 여러 한계도 노출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것이다. 합의 기구가 소셜디자이너로서 구실을 하려면 합의 기구 외부와 충분히 소통을 해야 한다. 이번 위원회는 시간에 쫓긴 나머지 국민들과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합의안 발표 이후 신문을 보면 거의 추리소설 수준이다. 대통령이 언제 뭘 인지했는지, 어떤 문서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등 소통과정이 대단히 급박하고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도 공무원연금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국민연금 급여가 인상되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자신들은 얼마만큼 더 부담해야 하는지 궁금할 다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기구가 전체 사회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국민들과 정부의 의사결정자들이 이 합의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나아가 이번 경험을 보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국회는 공무원연금개혁의 후속조치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다시 구성하려 하고 있다. 구성될 합의기구에서는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되 그들이 충분한 숙고와 소통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달성하도록 시간과 인내를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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