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팀' 되지 못한 금호산업 채권단

[기자수첩]'팀' 되지 못한 금호산업 채권단

김평화 기자
2015.08.04 03:17

채권단 내부 의견부터 모으고 협상 나서야

김평화 증명사진
김평화 증명사진

금호산업(5,430원 ▼50 -0.91%)매각을 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협상을 시작한 금호산업 채권단 내부에서 적정 매각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내부 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채 협상에 나선 것이다.

채권단은 지난주 두 차례 이뤄진 박삼구 회장과의 협상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정한 1조원대의 가격을 박삼구 회장 측에 일단 제시했다. 미래에셋의 의결권 비율은 14.7%로 채권단 중 가장 높다. 미래에셋은 운용사로서 최소한의 금액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 대우증권 등 다른 채권자들은 미래에셋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주당 5만9000원 수준의 가격에 거품이 끼어 매각 성사 가능성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원하는 가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아니다. 너무 낮은 매각가를 제시할 경우 자칫 여론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에 대한 특혜 논란과 헐값매각 지적에 채권단은 부담을 느낀다. 사실 채권단이 받아야할 ‘원금’은 주당 6만원이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주당 5만9000원도 애초 원금에 못미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워크아웃해 살려낸 기업을 원래 주인에게 더 낮은 가격에 파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위성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이다. 채권단이 구체적인 가격 논의를 피하는 이유다.

협상을 주도해야 할 산업은행은 방관자처럼 보인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은 채권단 전체의견이 아니며 미래에셋에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는 협상실패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자신은 피하겠다는 심보다. 당연히 지난주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의 협상에서도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미래에셋은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서도 미래에셋이 제시한 높은 매각가가 부담스러워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재를 뿌리고 있다.

채권단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혼선만 가중되는 자중지란인 셈이다. 협상의 묘미는 밀고 당기기인데 채권단 스스로 매각가조차 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애시당초 유리한 협상을 이끌기란 불가능하다. 우선 채권단 내부 의견부터 정리해야한다. 하나가 되지 못한 팀은 개인보다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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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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