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가 애널리스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기고]누가 애널리스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정은윤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
2015.09.24 07:30

“매도 의견을 내면 오랫동안 거래한 법인고객이나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로부터 견디기 힘든 항의를 받는다.”

매도보고서를 쓴 후 그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회사를 옮긴 어느 애널리스트의 고백이다. 가짜 백수오 논란, 조선사 대규모 적자 사태 등을 거치면서 애널리스트의 업무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민감한 이슈는 함구하고, '매수'만을 외치는 영혼없는 보고서를 쓴다는 이유에서였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매수일색, 뒷북보고서 등 비아냥의 대상이 된 지도 이미 오래 전 얘기다. 반면 우리는 애널리스트가 어떠한 상황에서 보고서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 그저 잘못된 업무관행 정도로만 치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위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다른 시장참여자들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먼저 펀드매니저와의 관계에서 살펴보자. 수익률로 평가받는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 매도보고서는 자신의 성과를 잠식하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면이 있는 애널리스트에게는 직접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부 언론사에서는 해마다 펀드매니저들의 설문조사(poll) 결과로 애널리스트를 평가하고 있어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의 눈치를 보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분석대상기업의 입장은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자사의 IR 수단쯤으로 인식하는 듯한 의구심마저 든다. 얼마 전 언론에서 회자되었지만, 회사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해당기업의 임원이 항의는 물론 보고서 삭제까지 요구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 투자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회의감마저 불러일으켰다.

비근한 예는 애널리스트가 몸담은 회사 내부에서도 발생될 수 있다. 예컨대, 법인영업부가 열심히 공들이고 있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표현하기 어려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해 매도리포트가 작성되면 전화를 걸어 폭언을 일삼는 일부 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에게 객관적인 근거와 분석이란 의미가 없다. 오로지 무조건적인 찬양만이 요구될 뿐이다.

물론 이토록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 만큼 보고서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며, 그 말은 애널리스트에게는 다른 부문의 종사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가 요구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조사분석업무에 대해 엄격한 독립성을 요구하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애널리스트에 대한 투자은행(IB)부서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와 이에 대한 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10개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해 14억 달러의 제재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조사분석자료가 자본시장의 중요한 인프라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사분석자료, 특히 매도보고서가 올바르게 작성될 수 있는 문화는 애널리스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분석대상기업은 매도보고서를 자사를 바라보는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올바른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여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증권회사는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합리적 논거에 입각하여 매도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에 대해서는 적극 보호하고 격려해주는 조직문화의 정착도 시급하다.

기관투자자들도 '가치 있는'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를 존중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과 주주의 관점에서 엄중한 경고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매도보고서는 투자자에게는 탄광사고를 미리 알려주는 '카나리아새'와 같다. 제대로 된 자본시장이라면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자유롭게 노래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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