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한국적 도시재생의 조건

[MT 시평] 한국적 도시재생의 조건

조명래 기자
2015.10.09 02:16

‘한국은 현재 도시재생 중’이라 할 정도로 도시관리 분야에서 도시재생이 큰 유행을 이루고 있다. 2013년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4년에 국토교통부는 국무총리 소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13곳을 지정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서울시의 도시재생이 사업유형 면에서 가장 많고 다양하며 계획기법 면에서도 가장 선도적이면서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아주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우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이 올바른가 하는 물음이다.

서구에서 도시재생이 논의되고 정책으로 추진되는 배경에는 ‘도시 쇠퇴’란 분명한 현상이 있었다. 이는 경기변동이나 도시발전단계에 따라 나타나는 도시변화의 일시적 양상이 아니라 산업, 도시, 거버넌스 등의 측면에서 복합적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것으로 크게 보면 서구 자본주의 변화와 맞물러 있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쇠퇴 현상은 서구가 앞서 경험한 만큼 분명하지 않다. 서구도시의 경험을 잣대로 한다면 한국의 도시쇠퇴는 불분명하다. 중소도시의 원도심 낙후, 구시가지의 노후화, 개발지 사업의 미추진 등으로 나타나는 도시의 정체 현상이 간헐적으로 확인되지만, 서구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도시의 전면적인 방기나 쇠퇴의 모습은 아직 없다.

이런 도시적(발전) 상황에서 한국적 도시재생은 현재 시행중인 도시재생특별법에 의해 규정되는 도시재생의 내용과 방법에 의해 특성화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쇠퇴진단, 활성화구역 지정, 재생사업, 지원센터의 구성 등 법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추진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도시재생을 어떻게 규정하고 사업화해야 할지는 지역마다, 도시마다, 심지어 참여하는 전문가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도시재생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고도성장이 끝나고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성장방식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도시들은 대부분 도시의 성격, 도시개발의 수요나 관리방식 측면에서 심대한 전환의 필요성을 마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주의 도시에서 탈개발주의 도시로, 관료적 관리도시에서 시민적 거버넌스 도시로의 이행을 위한 도시정책과 도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하고, 또한 그러한 변화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도시의 중심가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도시재생은 바로 이러한 도시적 변화요구를 반영하면서 실행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한국적 도시재생은 사람중심도시로의 복원과 재창조, 즉 지금까지 경제 시스템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가치)과 공동체 중심도시로의 이행과 복원을 겨냥하는 것이 돼야 한다. 도시재생의 내용도 장소와 경제의 번영에서 공동체와 사람의 번영으로 도시이행과 복원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한국적 도시재생은 이렇듯 도시의 단편적인 문제해결이나 환경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과 개발에 몰두했던 도시를 사람의 가치를 중심으로 번영하는 도시로 어떻게 재창조하느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려면 도시재생에 앞서 재생을 통해 지향하는 도시가 어떠한 도시인지에 대한 것을 우선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서울형’ 도시재생을 주창하면서 재생을 통해 구현되는 서울의 도시모습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은 채 특별법의 기준과 절차를 맞추는데 급급하다. 법에 갇힌 도시재생이 되지 않기 위해선, 사람중심의 도시가치를 어떻게 구현해내느냐의 관점으로 도시재생의 대상, 범주, 방식 등이 정의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립 중인 ‘도시재생전략계획’도 사람중심 도시를 위한 도시재생의 원칙, 기준, 대상, 방법, 과제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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