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벨상 '개똥쑥' 신약, 한국서 개발됐더라면…

[기고]노벨상 '개똥쑥' 신약, 한국서 개발됐더라면…

최혁용 함소아제약 대표
2015.10.16 03:08

아피톡신이라는 주사제가 있다. 정형외과에서 관절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쓰는 약이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았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마지막 허가 단계인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이것만 통과하면 미국에서 허가된 국산 신약이 된다.

이 아피톡신은 사실 벌의 독침, 즉 봉독이 주성분이다. 한의사들이 관절염 환자에게 살아있는 벌의 독침을 쏘아 통증을 치료하던 것에서 착안해 개발된 주사제다.

그런데 봉독이 아피톡신이라는 약으로 개발된 후 원래 이 약을 가장 많이 썼던 한의사들은 정작 이 약을 써도 되는지 애매해졌다. 정부가 신약으로 인정하고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했는데, 전문의약품을 쓸 수 있는 주체에 한의사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의사들의 사용권은 근거가 불분명한데 의사들은 봉독이라는 한약을 주사제 형태로 쓸 수 있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의사만 쓰던 봉독을 의사들도 함께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자 몇몇 한의사들은 천연물 신약 개발 자체에 반감을 갖고, 개발자들을 배신자 취급하며 비난하고 방해하기에 이른다.

의사들도 이런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다. 의사들은 진료현장에서 항상 한의사들과 경쟁한다. 한약은 비과학적이라 효과가 없으며 몸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약이라고 할 수 있는 봉독을 원료로 한 아피톡신을 선뜻 가져다 쓰는 게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아피톡신을 쓰는 것은 그 원료인 봉독, 즉 한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제약사들은 봉독 같은 천연물로 신약을 개발하면 한의사들에겐 공급하지 않고, 한약이 원료가 아닌 척한다. 그래야 의사들이 써주기 때문이다.

개똥쑥으로 만든 말라리아 치료제 ‘칭하오쑤’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가져간 중국을 보면서 우리나라 한의사들은 정부가 한의학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애초에 이 약은 현대의학의 성과일 뿐 한의학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 모두 거짓말이다. 중국이 개똥쑥에서 성분을 추출해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시기는 1960년대다. 이 시기 중국이 지금의 한국보다 연구개발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했을까? 개똥쑥은 오래전부터 말라리아 치료제로 써오던 약재다. 심지어 이 약재 추출법까지 한의학 경험을 그대로 따라가 치료제가 개발된 것이다. 개발자도 전통 중의약이 세계 인민에게 준 선물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중국은 중의사, 우리로 치면 한의사와 양의사가 모든 치료법과 의약품을 함께 쓴다. 중의사 면허를 따도 양의사가 처방하는 모든 약은 물론 진단기기까지 쓸 수 있고, 양의사도 모든 한약과 침을 쓸 수 있다. 천연물이든 화학성분이든, 주사제든 먹는 약이든, 새로운 약이 개발되면 어떤 경계나 구분 없이 중의사와 양의사가 함께 쓰며 환자를 치료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킨다. 사회 기반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1960년대에 중국에서 신약이 개발된 이유다.

한국 한의사들이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쓰기 위해 양의사들과 법적 소송까지 벌일 정도로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중국 중의사들은 놀랄 것이다. 환자를 위해 필요하면 누구든 쓰는 것이지, 쓰기 위해 혹은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투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연물신약 사용권을 두고 벌어지는 양·한방 갈등도 이해할 수 없다. 좋은 약을 만들었으면 당연히 같이 써야 한다. 하지만 한약을 지켜야 사는 한의사와 한약을 폄하해야 사는 양의사가 대립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답은 한의사와 의사가 함께 공유하는 영역을 늘리는 것이다. 약을 직접 처방하는 한의사와 의사 모두가 천연물 신약 개발을 원치 않는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노벨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중국은 한약재로 만든 의약품 수천 종을 개발해 활용하며 한의학을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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