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국회로 돌아가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며칠전 해수부 출입기자들에게 ‘송별만찬회’를 제안했다. 단체문자로 두 번씩이나 공지했다. 해수부 장관으로서 보낸 지난날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며 떠나기 전 마지막 매듭을 잘 짓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유 장관이 돌연 송별회 취소를 통보해왔다. 정확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해수부 관계자는 “‘7개월 단명장관’이라는 비난이 커지자 거창한 행사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의 설명대로라면 장관 스스로도 ‘송별회’를 하기 민망한 상황이라고 느꼈다는 얘기다.
사실 유 장관의 사의는 장관 취임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 3월 취임 당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유 장관은 “인사는 임명권자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 때부터 연말이면 그만둘 장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시한부 장관의 진짜 문제는, 짧은 기간 동안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마음이 ‘콩밭’에 간 장관이 이를 제대로 수행할리가 없다.
정책수행의지가 있더라도 시간에 쫒기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다보면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도 문제다. 크루즈 산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바다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크루즈에 관한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수부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이슈선점에 급급한 나머지 해수부는 카지노 문제 등에 대해 문체부와 협의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크루즈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관계부처이자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삐걱댔다.
한 해수부 고위공무원은 사석에서 “장관 취임 하자마자 3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을 찾아오라 했다”며 “그렇게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어디 있겠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세간의 평가와 여론이 어떻든 간에 정치인 유기준의 이력에는 ‘해양수산부 장관’ 한 줄이 추가됐다. 관가에서는 조직과 업무의 기초를 파악하는 데 반년, 제대로 일을 해보려면 1년은 걸린다는 말이 있다. 다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박수 받으며 떠나는 장관이 나오길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