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고됐던 평행선, 무색한 대타협 선언

[기자수첩]예고됐던 평행선, 무색한 대타협 선언

세종=이동우 기자
2015.11.17 03:25

"글쎄요. 워낙 견해차가 크고 완고합니다. 다음 주에도 의견일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 보입니다."

지난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관계자와 나눴던 대화의 일부다. 기간제법, 파견법 등 '비정규직 쟁점'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16일 열린 21차 노동시장구조개선 특별위원회 결과를 이렇게 전망했다. 이 관계자의 예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현실화됐다.

노사정은 '비정규직 쟁점'에 대한 각각의 의견을 논의안에 병기해 오는 17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상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공을 국회로 넘기는 셈이다. 그간 노사정의 논의과정을 지켜보면 애당초 합의는 불가능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논의 과정에서는 내내 "상대가 입장을 굽히지 않아 합의가 어렵다"며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입장이 워낙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익위원 전문가그룹을 이용한 대안을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노사정은 양보가 없었다. 노사정 대표는 전문가그룹의 제출안을 논의하기 위해 단 두 차례 만나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했다. 전임 특위 위원장이었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수차례 "합의는 희생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노사정의 희생을 강조했지만, 이번 논의과정에서 희생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비정규직 쟁점'의 공을 국회로 넘기며 책임에서 회피했을지는 모르지만 고용해지 절차·기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 논의가 남아있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 업종 확대만큼 폭발력 있는 사안이 여전히 노사정의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이다.

노사정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뻣뻣한 태도라면 남은 논의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설정 문제에 대한 논의 일정 등이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이 역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정부와 경영계는 강행하고 노동계는 반대하는 그림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17년 만의 사회적 합의라는 미사여구가 동원된 지난 9월 노사정 대타협은 무색하기만 하다. 노동개혁의 주체인 노사정이 놔버린 책임의 끈은, 결국 그들을 향한 채찍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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