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급성장 키덜트시장, 토종 캐릭터는 없다

[우보세]급성장 키덜트시장, 토종 캐릭터는 없다

김성호 기자
2016.03.03 06:00

'키덜트'(Kidult). '아이(Kid)의 순수함을 간직한 어른(Adult)'이란 뜻을 담은 이 합성어는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사용된다.

키덜트가 늘어나면서 키덜트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키덜트산업은 약 14조원, 일본은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인 5000억~6000억원에 그치고 있지만 매년 고성장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국내 키덜트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완구기업 레고는 우리나라 완구시장을 평정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도라에몽'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와 '콜라보' 형태로 유입되는 캐릭터들 역시 국내 키덜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가 관련 상품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국내 키덜트시장은 급성장중이지만, 토종 캐릭터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키덜트로 관심을 끄는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만 보더라도 해외 캐릭터 일색이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진행된 '키덜트&하비 엑스포'에 수많은 키덜트 관련 기업들이 참가했지만 국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캐릭터가 키덜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미키마우스', '도라에몽', '키티'도 하루아침이 아니라 수십년간의 노력을 통해 대표 키덜트 캐릭터로 자리잡은 사례들이다. 반면 전쟁의 폐허 속에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우리 현실에서 그동안 아이들이나 좋아할만한 캐릭터의 개발이나 육성에 공을 들일 만한 여유는 없었다.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수입된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지금의 성인들이 해외 캐릭터를 선호하는 키덜트로 성장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들어 정부와 기업이 토종 캐릭터 육성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하지만 토종 캐릭터들이 키덜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 관련업체들이 수요가 많고, 단기간에 흥행을 끌 수 있는 유아동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어 키덜트 산업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한다는 뽀로로만 하더라도, 막상 5세 이상만 되면 유치하다고 실증을 내지만, 이를 대체한 마땅한 캐릭터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라도 토종 기업들이 키덜트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밀한 접근에 나서야할 시점이다. 키덜트는 단순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추억을 구매한다. 어릴 적 소비여력이 안돼 그저 좋아만 했던 것들을 소비 여력이 있는 성인이 돼 이를 구매하고, 소장하고, 그 과정에서 추억을 되새김하는 이들이 바로 키덜트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당장 돈이 되는 유아물에만 목을 매는 현실을 벗어나 다양한 연령대의 시장에 대한 투자나 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업체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키덜트시장을 주도하는 토종 캐릭터의 등장도 영원히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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