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동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최종 결정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논쟁이 전개된다. 거대한 방송통신사업자의 등장에 따른 시장의 독과점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며 일부에선 방송시장의 다양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방송은 민간기업이 운영하지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공정성과 다양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은 특정 기업의 방송서비스 시장 독과점을 낳을 것이란 주장이다. 다양한 계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사회적 기구로서 방송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송사업자가 존재해야 하며 두 기업의 통합은 방송시장의 다양성을 말살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과연 이동통신사의 케이블방송 합병은 방송서비스 시장의 공정성과 다양성, 객관성을 말살할까? 이 주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2000년대 뉴미디어 도입과 통합방송법 논의 이후 한국 방송시장은 시장논리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극소수 지상파방송만 운영하며 국가가 독점적으로 정보를 관리한 기존 체계는 민주화 이후 유지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특히 최근 미디어는 지상파방송, 케이블·위성방송, IPTV, 인터넷,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는 초다채널 환경으로 급변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지역방송국의 개수만 해도 90여개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방송서비스 소비 행태도 급격히 다양화되고 있으며 시장 집중도도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분화돼가는 초다채널 환경에서 한두 개 기업의 인수·합병이 시장경쟁의 다원성을 말살하긴 어렵다.
둘째, 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의 위상은 상당히 열악하다. 도입 당시 케이블방송이 방송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막강한 지상파방송과 종편채널이 방송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케이블방송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15년도 케이블TV의 시장점유율은 15.9%로 2008년 19.5%에서 몇 년 만에 4%포인트 하락했다. 지상파방송의 시장점유율 역시 하락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27.2%를 유지한다. 사실상 가파르게 상승하는 분야는 2015년 기준 거의 43%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여준 종편채널들이다. 종합편성 방송채널 사용사업자는 특히 홈쇼핑분야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방송시장을 잠식했다. 이 점에서도 이동통신사가 케이블방송 인수로 방송시장을 독점할 것이란 주장도 과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케이블TV의 정치적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연구는 방송매체에 따라 그 기능과 성격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뉴스나 정보프로그램을 다수 제공하는 지상파방송이나 종편채널과 달리 케이블TV는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방송서비스 이용자들 역시 지상파방송이나 인터넷은 뉴스나 정보의 수용 목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케이블TV는 주로 드라마나 오락 중심으로 이용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이나 인터넷을 주로 활용하는 집단에 비해 케이블TV를 주로 이용하는 이용자의 정치적 지식이나 정보수준은 상당히 낮다고 한다. 말하자면 케이블TV는 시민들을 정치적 정보와 지식으로부터 차단하는 역기능까지 발휘한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역시 이 점에서도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때문에 방송시장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말살되리라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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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시각에선 케이블TV의 정치적 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나라는 방송토론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지방선거의 경우 케이블TV도 지역의 방송토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방송 토론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일괄적 지휘 아래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케이블TV 운영자가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긴 매우 어렵다. 이 점에서 이동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으로 인해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말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계기로 방송시장의 공정성과 다양성, 객관성이 말살될 것이란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고 과장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병은 오히려 케이블방송의 활성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