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하굣길 맛본 북엇국?" 아… 사이시옷

[우보세]"하굣길 맛본 북엇국?" 아… 사이시옷

김주동 기자
2016.10.11 05:33

[우리가 보는 세상] 불편한 사이시옷, 대안 찾는 논의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북엇국집 간판. '북어국'이라고 쓰는 사람도 많지만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게 맞춤법 상으로는 맞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북엇국집 간판. '북어국'이라고 쓰는 사람도 많지만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게 맞춤법 상으로는 맞다.

1. 최근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인기다. 앞부분을 소리 나는 대로 쓴 것이 특이한데 역시나 우리말 파괴라는 지적도 들린다. 그래도 4년 전 드라마 '차칸남자'처럼 이름을 뜯는 일은 없었다.

'한글 맞춤법'(1988년 만듦) 제 1항에는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이라고 돼 있고 14항에는 '체언은 조사와 구별하여 적는다'고 돼 있다. '구름이'를 '구르미'로 쓰지 말자는 얘기다. 소리대로 쓰면 원래 모양이 비틀어져 이해하는 데 불편할 것이다.

2. 지난 8월29일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 중에 '바퀴살→바큇살'이 있다. 사이시옷이 들어갔다. 대중들이 [바퀴쌀]로 발음한다고 판단해 이를 반영한 것이다.

사이시옷은 '소리대로' 쓰면서 '원형'을 어느 정도 지키는 방법이다. '바퀴쌀'보다는 바큇살이 낫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사이시옷은 띄어쓰기만큼이나 사람 골치 아프게 한다. 장맛비, 막냇동생, 맥줏집…. 볼 때마다 낯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글쓰는 사람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최근 나를 괴롭힌 말은 '재밋거리'다. 의심 없이 '재미거리'라고 썼는데 틀리고 말았다. 북한말이었다.(북한은 사이시옷을 거의 쓰지 않는다.)

자주 보면 익숙해질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소고기무국'을 넣으니 '소고기 뭇국'이 바르다고 나온다.

3. 사이시옷이 들어간 단어가 많은 게 불편한 것은 보통사람들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맞춤법에 따르면 한자어끼리 만나 생긴 단어와 외래어가 섞인 말에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우유갑'(우유 담는 팩)이 맞고 '우윳값'이 맞다. '부잣집'이고 '피자집'이다. 생각처럼 쉽지 않다.

2001년 국어심의회는 "새로운 도로명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도로명주소에 '○○여고길'은 있지만 '○○여곳길'은 없다. '새로 붙이는 이름이니 된소리라고 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물론 길 이름 아닌 '하굣길'은 ㅅ이 덧붙는다.

사이시옷 표기가 넘치는 것을 막는 위 규정들은 결과적으로 사이시옷 규칙을 일관성 없게 만들어 읽고 쓰는 데 혼란을 준다.

4. 아이가 아빠와 시골에 갔다.

아빠가 말했다. "이거 할머니가 심은 깨야."

아이가 말했다. "이파리가 깻잎같이 생겼는데?"

인터넷에 오른 글의 일부다. 깻잎이 깨(들깨)의 잎이라는 걸 뒤늦게 안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깨잎'이었다면 좀 달랐을 것이다. 사이시옷은 소리를 드러내는 게 목적이다 보니 글을 이해하는 데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사이시옷이 없다고 해서 소리내기에 늘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고점, 저점은 사이시옷이 없는데 많은 이들이 [고쩜], [저쩜]으로 읽는다. 가스, 서비스라고 쓰지만 대부분 [까쓰], [써비쓰]로 읽는다.

물론 사이시옷을 없애면 이상해질 말도 많다. 하지만 대중을 불편하게 하는 말들을 28년 전 규칙만 내세워 그대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대안을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시대, ㅅ이 빠지면 글자 칠 때 시간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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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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