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직장인들은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끝내는 '해피엔딩'을 꿈꿉니다. 하지만 직장인 99%의 마지막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임명권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진실한 해피엔딩이 되려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이엔딩'이 돼야합니다."
30년 전 대우증권 평사원으로 시작해 첫 공채출신 CEO(최고경영자)에 오른 홍성국미래에셋대우(70,900원 ▲400 +0.57%)사장은 '사임의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 4일 이사회를 마지막으로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임을 택해 증권업계에서는 여러 말이 많았다.
그는 왜 '마이엔딩'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수억원에 이르는 연봉도, 국내 최대 증권사의 CEO라는 타이틀도 마다하게 했을까?
"30년 이상 같은 회사를 다닌 이후에 저의 거취를 타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지도에 나침반을 놓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수없이 고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사실 언제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는 1년 전부터 이미 정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홍 사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1막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그리고 회사를 떠나는 것은 1막을 매듭을 짓는 일이라고 했다. "인생의 한주기가 끝났으니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야만 2막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한번만 사는데 두 번 세 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새로운 출사표를 내놓았다. 홍 사장은 2년 정도 못다 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전공은 경제학과 사화과학을 접목한 분야로 정했다. 이는 홍 사장이 리서치센터장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경제사회학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쓸 정도로 관심이 많던 분야다. 당분간 깊이 있게 공부를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1년 동안 두 권 정도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다. 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고, 사장 때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앞으로 2~3년 CEO를 더 하면 60세를 바라보기 때문에 어떠한 도전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체력도 점점 떨어지고요. 차에서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점점 책을 집중해서 보기 어려워지고 있고요." 홍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100곳이 넘는 지점을 두어차례씩 찾아가 직원들과 만났다. 체력이 바닥나 매일 먹는 약도 한 움큼이나 된다. 홍 사장은 "이미 끝날 시점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했는데 그게 건강을 해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 자가 오래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직장생활의 진리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홍 사장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또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강해지는 길을 택했다. 그가 '오래 버티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세태에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날카로운 분석과 소신 있는 투자 철학으로 '여의도의 미래학자'로 불렸던 그의 출사표를 보노라면 '여의도의 현인'으로 발전해 돌아올 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