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이 지난 10월26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1946만7000명 가운데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사람이 45.8%인 891만5800명이다. 그중 최소한의 생활조차 힘든 월급 100만원 미만의 노동자도 11.2%나 된다니 저임금의 실태가 심각하다.
임금수준은 노동시장의 상황을 반영한다. 우리 사회의 저임금 구조도 ‘경제성장 둔화 및 경기침체 장기화→일자리 축소→실업 증가(노동력 공급과잉)→저임금→소비위축→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이 빚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저임금 구조를 이론적인 틀로만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즉 우리 사회의 저임금 구조에는 다른 불편한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먼저 비정규직 양산과 하청 계열화가 경영 효율화의 공식처럼 된 점을 지적한다. 이제 비정규직 비중 늘리기는 인건비 줄이기가 주목적이 돼버렸고 하청업체 쥐어짜기는 이미 기성(하도급 대금)마저 일방적으로 후려치는 천박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 풍조가 도를 넘어섰으며 사회적 차별의식이 만연했음을 의미한다. 돈 때문에 노동자의 생명조차 경시되는 현실이니 저임금 문제에 무감각해지고 만성화되어버렸다.
다음으로 최저임금이 저임금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최저임금법 제1조) 그러나 정작 노동현장에서 최저임금은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노동자 그리고 저임금으로 분류되는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책정 시 출발선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그 본연의 취지는 망각됐다. 기업이 노동에 대한 적정 보상은 잊은 채 최저임금법 위반 회피에 몰두하는 동안 저임금의 현실은 방치됐고 공고해졌다.
게다가 임금체불마저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월4일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임금체불로 진정한 노동자 수는 21만4052명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했고, 체불금액도 9471억원으로 11%나 급증했다고 한다. 2015년 한 해의 체불임금 규모가 1조2993억원이라니 이웃나라 일본(3만9000명,1440억원)에 비하면 거의 10배,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30배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경우만 조사한 것이니 실제 체불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임금체불은 저임금의 고통을 더욱 크게 한다.
임금이란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그 대가로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상 정의에 불과할 뿐 노동자에게 임금은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계의 원천이자 자신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기본비용을 의미한다. 저임금의 영향은 단지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덜 입는 생활상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의 수입으로 먹고살기 힘드니 온 가족이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그마저도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 이렇듯 저임금은 가족의 단란함마저 해체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당위성을 ‘저녁이 있는 삶’이라 했다면 임금은 바로 ‘그 저녁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노동시간 단축이 사람다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주 40시간 노동으로도 최소한 자신과 가족들의 삶이 보장되는 임금수준은 그 충분조건이다. 이제 그 충분조건은 회사가 해결하겠다는 마인드가 경영 상식이 돼야 한다. 동시에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를 개혁하여 노동이 공정하게 보상받는 시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