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분야 세계 최대 투자 컨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올해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이 분야 국내 대표 기업들은 올해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상장에 성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부스를 키우는 것으로 달라진 위상을 뽐내기도 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몇 개 신약 후보들이 축소 재계약 되거나 해지되면서 행사에 대한 기대는 한풀 꺾인 뒤였다. 언론은 비교적 차분하게 관련 소식을 전했다. 눈길을 끈 뉴스는 한미약품이 이중항체 플랫폼인 펜탐바디를 공개한 것과 셀트리온이 TNF-알파 억제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내용 정도였다.
제약·바이오가 잘 나갈 때 여러 정부 부처는 '오늘날 성공은 자신의 공덕'이라며 숟가락 얹기에 바빴다. 규제 완화에서부터 세제 지원까지 원하면 다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 태도가 바뀌는 데는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초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지원 시행계획을 발표할 때 2017년 말까지 매출 기준 글로벌 50대 제약기업에 국내 기업 2개를 진입시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로벌 50대 제약사 매출액 커트라인은 2조원 안팎. 복지부는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을 염두에 뒀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복지부는 글로벌 50대 기업 진입 시기를 2018년으로 미룬다. 해당 기업들이 매출 2조원 달성 가능 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눈치 빠른 투자자라면 투자전략을 수정했을지 모른다. 제약사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면 모르지만 정부 입을 통했다는 건 일정 정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투자 붐이 너무 빨리 꺼져버린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시각을 달리 하면 차리리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들이 모여들 확률이 그만큼 높아져서다. 업종 특성상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 소요되고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수천 배 높은 상황에서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투자에 임하지 않으면 주가 등락 곡선은 고문일 것이다.
어쩌다 한미약품이 짊어지게 된 '국가대표 제약사' 짐도 이 참에 벗어버려야 한다. 주가와 주주를 과도하게 신경 쓰다 보면 계약이라든가 공시에서 무리수를 둘 확률이 높아진다. 그럴수록 글로벌 제약사로 부상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련의 일들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임상 실패와 주가 하락, 투자자들의 보수적 접근은 순리다.
독자들의 PICK!
앞으로 중요한 건 정부 역할이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없다면 다음 정권에서 제약·바이오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은 시장 성과에 편승하거나 반대로 실패할 때는 철저하게 외면하던, 역대 정권과는 다른 자세를 요구한다. 줬던 혜택을 빼앗는 역주행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업계와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 서로의 공적이라고 정부 부처끼리 숟가락 얹기 경쟁을 벌이는, 그런 날을 꿈꾸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