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선주자들 중 누군가는 5월10일에 청와대로 들어갈 것이다. 청와대 뒷산은 5월에 산벚꽃이 피면서 장관을 이룬다.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동인 위민관 옥상에서 바라보는 뒷산은 그야말로 백화가 만발한 아름다운 수채화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나는 종종 청와대 뒷산을 산책했다. 아침과 점심엔 그야말로 ‘시크릿 가든’을 거닌 셈이다. 그런 5월의 청와대에 대략 400명 넘는 인원이 들어갈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온갖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공약의 실행방법을 짜느라 청와대 주변 경치를 바라볼 여유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청와대가 너무 많이 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사람도 50% 정도 줄였으면 좋겠다. 총리실과 각 부처에서 더 많은 일을 하게 하고 청와대는 국정철학과 방향제시, 부처간 정책조율, 국민과의 소통 등에 역량을 집중하면 좋겠다. 청와대가 일을 많이 하면 부처는 그냥 청와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집단지성으로 일한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이들이 최고의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최근에 어떤 분을 만났다. 당대 최고였던 고등학교와 한국 최고의 학부를 나왔고 행정고시도 합격했다. 주요 부처의 국·실장을 거쳐 공기업 사장도 지냈다. 도시 분야 박사학위를 딴 그는 모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후학을 가르친다. 그에게 캠프나 청와대에 들어가서 일하는 게 어떠냐고 의중을 물었더니 “그냥 정책자문 역할로 나라에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이가 적지 않다. 관료 출신이든 기업가든 등용이 되지 않았을 뿐 내공이 깊은 이들이 곳곳에 있다. 묵묵히 자기 업을 지키며 국가를 지탱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때도 많다. 5월10일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는 이들은 이렇게 곳곳에 숨은 실력자들을 만나 국정철학과 방향,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조언을 얻어 정책을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했으면 한다.
지금은 개방형 플랫폼의 시대다. 각 조직은 수시로 변하는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서 성장한다. 이를테면 세계적 산업용 드론(무인기) 기업인 3D로보틱스사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외부 견해를 받아들여 드론기술을 선도해왔다. 이 회사는 세계적 기술전문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창업했는데 그는 상위 20%보다 하위 80%에서 큰 기회를 얻는다는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기도 하다. 아마존은 이 전략으로 대박을 냈다. 잘나가는 책 몇 권이 아니라 잘 팔리지 않는 수천만 권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이 훨씬 수익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D로보틱스가 기업과 고객의 연결에서 기회를 찾았다면 아마존은 소비자와 소비자의 연결에 주목한 셈이다. 중국 기업들이 잘나가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연결전략이다.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광팬’을 확보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5월10일 청와대 입성하는 분들도 외부와 끊임없이 연결하고 의견을 듣고 정책을 조율하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 그런 정도의 역할이면 200여명만 있어도 된다. 그러면 닭장같이 비좁은 사무실 환경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먼저 쾌적한 공간에서 행복한 청와대 근무를 하면 좋겠다. 5월 청와대 뒷산의 그림 같은 풍경도 보며 삶과 정치의 본질, 즉 행복을 생각하며 일하는 직원들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