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3월19일생 오너들의 '춘래불사춘'

[우보세]3월19일생 오너들의 '춘래불사춘'

최석환 기자
2017.04.10 16: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춘래불사춘'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한 탓에 '봄이 왔지만 봄은 아닌 것' 같은 요즘 날씨에 딱 맞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왕소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전한(前漢)시대 '원제'의 후궁이었는데 북방의 맹주 '흉노'와의 화친을 위해 공주 대신 흉노의 왕에게 시집을 갔다. 원제는 당초 어전에 올라온 초상화를 보고 가장 미모가 떨어지는 후궁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때 왕소군이 선택된 것.

궁정화가인 모용수가 자신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왕소군'을 추녀 중에 추녀로 묘사한 게 화근이 됐다. 원제는 뒤늦게 '왕소군'의 미모를 보고 후회하며 모용수의 목을 쳤지만 시집가는 길을 막지는 못했다.

이를 두고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흉노의 땅인 북쪽에서 고향을 그리워했을 '왕소군'의 심정을 표현한 게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란 시구(詩句)다. "오랑캐(흉노)의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재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날 태어난 오너 3명이 처한 상황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938년생)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1945년생), 이재현 CJ그룹 회장(1960년생)은 생일이 '3월19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룹이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정 회장이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힌 정 회장의 신년사 진단대로 그룹 안팎의 여건이 어렵다.

올 들어 신형 그랜저와 쏘나타(뉴 라이즈) 등 신차 출시로 내수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갈수록 수입차 브랜드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국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떨어진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최근엔 ‘세타2 GDi 엔진 결함'에 따른 국내·외 147만여대 리콜 문제까지 불거졌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가 꼬이면서 그룹의 명운이 흔들리고 있다. 앞서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올해 1월 9550억원의 인수가를 써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박 회장 측은 매각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다. 채권단 안팎에선 결국 이 문제가 '소송'으로 귀결되면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해 구속된 지 3년 만에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지만 건강문제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수사 진행 등으로 경영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 과정에 그룹 전 인사가 관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이들의 생일 이틀 뒤인 '3월 21일'이 기일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생전에 자서전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나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있고 건강한 한 나한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이제부턴 같은 날 태어난 3명의 오너들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살려 그룹의 부흥은 물론 국민의 신뢰까지 얻는 '진정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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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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