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빅5 증권사, 이젠 행동으로 보여 줄때다

[우보세]빅5 증권사, 이젠 행동으로 보여 줄때다

송정훈 기자
2017.06.05 17:3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말 뿐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민간 연구기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글로벌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몇 년 간 배달의민족과 직방 등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서다.

대형 증권사들이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골드만삭스와 달리 벤처 등 혁신기업 투자를 꺼리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매년 수백 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그 중에 수십 개의 성공모델을 만드는 데, 국내 증권사는 투자 규모가 작아 성공모델이 나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현재 투자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중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인 기업만 15개가 넘을 정도로 성공모델이 넘쳐난다.

이 관계자는 "성공모델이 나오지 않으니 투자액이 부족해 벤처기업 투자를 늘릴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국내 큰손들의 벤처기업 투자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대형증권사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미래에셋대우, NH, 삼성, 한국투자, KB 등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기업신용공여(대출) 비율은 평균 8.6% 수준이다. 전체 자기자본 23조5000억원 중 2조원 정도만 기업대출에 투자했다.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 규모로 업계 최대인 미래에셋대우의 기업대출 비율은 4%(3100억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혁신적인 벤처기업보다 대형 M&A(인수·합병)나 대기업, 중견기업 대출이 대부분이다. 투자위험이 높은 벤처기업보다 당장 돈이 되는 대형 물건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형증권사들의 대규모 벤처기업 투자 사례를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선 대출 등 기업금융 규제 완화를 부르짖는 증권사들의 목소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융권 전문가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의 임기 중 수익성 개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기업금융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전에 혁신기업 투자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여전히 기업금융을 가로막는 장벽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정부 탓만 하면서 외국계 IB(기업금융)의 벤처기업 투자를 부러운 눈으로만 쳐다봐야 하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대형증권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초대형IB 육성 방안이 시행된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육성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2000년 이후 매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같은 취지로 초대형IB 육성 방안을 내놨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형 골드만삭스 육성이 더 이상 식상한 말이 되지 않으려면 증권사들이 혁신적인 벤처기업 투자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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