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그 많던 유커는 어디로 갔을까

[우보세]그 많던 유커는 어디로 갔을까

송지유 기자
2017.10.11 04:5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기자실이 있는 건물에선 백화점 옥외주차장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 옥외주차장은 대형차량을 우선 주차하는 공간이어서 단체 관광객이 타고 온 관광버스가 얼마나 들고 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작년 이맘 때 만해도 이 곳엔 관광버스가 가득했다. 단순히 주차장을 메운 정도가 아니라 롯데백화점·면세점 본점 주변 도로가 불법주차한 관광버스 때문에 늘 혼잡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바어체계) 갈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행렬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유커를 가득 싣고 도심 쇼핑시설로 몰렸던 그 많던 관광버스는 올 3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비롯해 한국 단체관광 금지 등 사드 보복 조치를 본격화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덕분에 도심의 교통 상황은 나아졌지만 유통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중국인 관광객이 증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황금알을 낳는다던 면세산업이 먼저 밑천을 드러냈다. 종전 10년이던 특허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정치적 목적으로 줄을 세웠던 박근혜 정부의 패착까지 더해져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급기야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를 선언했고, 평택항 면세점을 운영했던 하나면세점은 지난달 폐업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선 입점 사업자들이 "임대료를 깎아달라"며 아우성친다.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 때문에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규 면세점 뿐 아니라 업계 1위인 롯데마저 수백억원 적자를 낸 것은 국내 면세시장이 얼마나 멍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업조차 어렵게 특허권을 따낸 시내면세점의 개장을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던 기업들은 최근 '탈중국', '포스트 차이나' 등 각자 생존전략 마련에 나섰다. 중국 고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중국 시장에 집중했던 투자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노동절(5월)에는 상황이 나아지겠지", "국경절(10월)에는 돌아올꺼야" 등 유커의 컴백을 희망했던 기원이 공염불이 됐음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황금연휴였던 이달초 국경절(10월1~8일)에 상당수 유커들이 한국을 대신해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것을 알지만, 앞으로 더 커질 중국시장을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매년 1억명 이상 중국인이 해외로 나가고, 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쇼핑하며 쓴 돈이 지난해 1조2000억위안(약 200조원)에 달하는데 어떻게 손을 놓겠는가.

정부는 중국의 횡포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국제 사회에 부당함을 알려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호하는데 힘써야 한다. 중국이 두려워 WTO 제소조차 못하는 정부 때문에 기업들의 협상력만 약화되는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사드 갈등은 일반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송지유 산업2부 차장
송지유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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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국내외 벤처투자 업계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간, 한 뼘 더 깊은 소식으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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