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코로나와 금융위기, 어느 쪽이 더 충격이 클까

[MT시평]코로나와 금융위기, 어느 쪽이 더 충격이 클까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0.04.13 05:08

코로나19(COVID-19)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이 닥칠 거라 걱정한다. 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너무 위기를 강조하면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 중 어느 쪽이 더 충격이 클까.

 

가계가 입은 자산손실은 2008년이 훨씬 크다. 위기가 발생하고 2년 만에 미국 가계에서 19조 2000억달러의 자산이 사라졌다.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100%가 넘는 돈이다. 자산감소는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소비가 30% 이상 줄어든 지역이 속출했고 2006년 1600만대였던 자동차 판매가 2008년에 900만대로 줄었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 빅3 중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고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자산손실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은 자산소득보다 근로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 금융위기 때보다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혼란은 금융위기 때가 훨씬 컸다. 위기발생 직후 미국 MMF(머니마켓펀드) 시장에서 하루에 5000억달러가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리먼브러더스가 판매한 MMF에 부동산 관련 상품이 1.2% 포함돼 있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신뢰상실은 국제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줬다. 무역결제를 비롯해 유럽에서 필요한 달러수요를 채우기 위해선 유럽 은행들이 미국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혀버렸다. 이 때문에 한 달에 17조달러 넘던 국제 자본유출입 액수가 금융위기 이후 1조5000억달러로 90% 이상 줄었다.

 

지금은 주가가 35% 하락했을 뿐 금융기관은 문제가 없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은행 규제를 철저히 해 금융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지한 덕분이다. 2008년에는 미국 상업은행 자산에서 현금을 비롯한 유동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해당 비율이 10% 넘는 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다.

 

실업의 공포는 지금이 훨씬 크다. 3월 중순 이후 2주 사이에 미국에서 10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3월에 7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실업률이 3.5%에서 4.4%로 급등했다. 코로나19로 생산시설이 갑자기 폐쇄된 영향이 실업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가간, 지역간 이동이 제한되는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경제전망치가 낮아지는데 JP모간은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전기비 연율로 24% 하락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4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8.4%였으니까 당시 2배 넘는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최악의 경우 미국 실업률이 20% 가까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 때의 2배다. 이런 전망을 듣다 보면 앞으로 닥칠 최악의 경제지표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가 쓴 돈이 7조달러다. 코로나19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자 3월 한달 동안 선진국 정부가 4조달러 가까운 부양책을 내놓았다. 가계에 직접 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금융위기 때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공포심리 때문에 부양책이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질병의 가닥이 잡힌 후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