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위축에 지혜롭게 대비해야

실물 위축에 지혜롭게 대비해야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0.05.04 03:04

[MT시평]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일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그동안 고생해 온 의료진과 질본 등 관련 종사자들의 희생과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관계 당국의 지시를 잘 따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꾸준히 실천해 온 우리 국민들의 역량도 빛났다. 200여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지만 아직도 혼란 속에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는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

코로나 발생 후 급격히 찾아온 주식․외환시장 불안정과 자금시장 경색도 정부의 대응으로 안정을 찾았다. 한은은 금리를 내리고,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으며,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도 선언했다. 회사채도 매입할 예정이다. 정부도 100조원 이상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지원에 이어 40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전염병도 경제도 일단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하지만 둘 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 터질 것을 뒤로 미루어 놓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전염병은 백신이 나오지 않은데다 집단면역이 될 만큼 많이 감염된 것도 아니어서 2차 유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20세기 초반 세계를 강타했던 스페인 독감의 경우 2차 유행이 1차 유행에 비해 5배나 더 강력했다고 한다.

경제는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되었지만 실물 위축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움츠러든 수요로 인해 당장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수요 위축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이다. 해외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일어서기 어렵다.

실물 위축이 계속되면 위기에 빠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정부지원이 요구될 것이다. 이를 위한 대비는 일단 해놓았다. 하지만 모두 다 지원해 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원 기준과 조건을 잘 세우고 취사선택해야 한다. 좋은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 또는 수요 위축으로 위기에 빠지면 지원해 주어야 한다. 고용을 유지하고 대주주가 책임을 진다는 조건 등을 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부실기업 지원과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되어 온 데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등에 의한 산업구조 변화로 일부 기업들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 저금리로 버티고는 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업들이 계속 시장에 남아있는 것은 자원의 낭비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이런 기업들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여기에 투입되던 자원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 어렵겠지만 명확한 기준과 비전을 가지고 실행해 볼만하다.

어려운 시절이다. 코로나는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르고 경제상황도 예측 불허다. 피할 수는 없으니 최선을 다해 대응하자. 그리고 이 위기가 지나가면 이제 우리도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 투자를 늘리자. 결국 이것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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