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 진품명품[우보세]

뉴딜펀드, 진품명품[우보세]

세종=박준식 기자
2020.09.10 04: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인들이 묻는다. “뉴딜 펀드에 (돈) 넣을까 말까. 소·부·장 펀드 50% 수익률 나는 거 보니 관심이 생기는데, 관제펀드라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우선 기대수익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반 투자자 상당수는 투자기간을 1년 이내로 산정해도 개별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100%에 달한다. 리스크를 안고 직접 주식을 선별해 투자하는 만큼 이른바 ‘따블’은 먹겠다는 거다.

펀드는 어떨까. 펀드가 이것저것 개별 주식을 담는 것이니 한 종목에 ‘몰빵(집중투자)’하는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투자 성격을 지정해 들어가니까 50%는 본다. 서두에 질문한 이처럼 소·부·장 펀드가 소위 그 정도 대박이 났으니 그쯤을 기대하고 물은 셈이다.

기대치가 50%라면 뉴딜이 결코 그 수준은 아닐 거다. 우선 이 펀드의 오리진을 따져보면 수익성보다는 당위성에 기초한 걸 알 수 있다.

상반기에 본예산을 제외하고도 1~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약 59조원이 풀렸다. 정부가 돈을 풀면 ‘돈’이라는 이름의 속성처럼 돌고 돌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기 위축기가 확연하고, 또 코로나19(COVID-19)로 어디 다니기도 마땅치 않으니 돈은 결국 어딘가에 묻히거나, 자산가들이 움켜쥔다. 유동성의 함정이다.

한국에선 이렇게 풀린 돈이 대체 어디로 가겠나. 어디 묻어두기 가장 안심되는 곳이 부동산이다. 그러잖아도 과열인데,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을 기웃대니까 정부는 안절부절 못한다. 기업마저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입지 규제를 풀어달라며 수도권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니 곡할 노릇이다.

취임 초 삼성과 거리를 두던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수차례 만나 혁신 투자를 부탁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풀린 돈이 성장 산업에 가야 하는데 꽁꽁 얼어 있으니 자세를 낮춰 기업인을 직접 설득하는 거다. 하지만 삼성 말고는 사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뉴딜펀드는 국가가 주도해 이 투자 기작을 재개하겠다는 발상이다. 대공황(1929)으로 자본주의 시장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미국이 댐을 만들어 유효 수요를 이끌었듯이, 우리도 코로나19 공황을 수요진작책으로 타개해보자는 거다.

문제는 투자대상이다. 관제펀드지만 소·부·장 펀드는 큰 그림에서 보면 삼성과 SK가 주도하는 반도체 생태계에 투자한 것이다. 일본이 정치문제를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금지로 보복하니까 그 산업을 국가가 펀드로 돈을 모아 지원한 거다. 삼성과 SK가 이 공세를 막아내고 오히려 수출을 늘렸기 때문에 펀드도 성공했다.

뉴딜은 어떨까. 아주 비관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장밋빛은 아니다. 주요사업이 △데이터센터 △그린 리모델링 △수소충전소 △스마트물류 △그린스마트스쿨 △수소 전기차 개발 △디지털 SOC(사회간접자본)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시설 등이다. 수소나 스마트물류 등은 수익성이 보이는데, 태양광이나 풍력, 그린스쿨은 그보다는 또 다른 에너지전환 당위성에서 국가가 밀어붙이는 것이다.

추상적인 영역으로 묶여있지만 쉽게 파악하려면 어떤 펀드가 어떤 사업을, 어느 수준의 비중으로 담을지가 관건이다. 일부에선 관제펀드라고 그간 흑역사를 거론하며 싸잡아 폄하하는데 꼭 그럴 일만은 아니다. 아직 구체적인 펀드 구성과 투자대상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마구잡이로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보단 개별 사업을 어떤 기업이 꾸린 생태계가 리드하느냐가 관심이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 공기업 중심 구성이라면 두자릿수 수익률이라는 과한 기대는 금물이다. 관점을 바꿔서 정부가 원금보장을 해준다니 연 10% 정도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뉴딜의 ‘삼성’이 누군지 찾아내는 게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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