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메기'의 허상[우보세]

'플랫폼 메기'의 허상[우보세]

김지산 기자
2020.10.12 05:0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금융혁신론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를 ‘메기’에 비유한다. 메기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정어리떼의 몸부림이 이들을 강하게 만들고 수족관 전체를 건강하게 한다는 메기효과를 빅테크로부터 기대한다.

그런데 메기가 그물을 치고 정어리를 길들이면서 생사 여탈권을 쥐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래 목적은 온 데 간 데 없고 정어리떼는 축 늘어진 채 메기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네이버 등 플랫폼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우려는 이 연장선상에 있다. 플랫폼과 손잡지 않으면 고객들로부터 선택 받지 못하고, 플랫폼에 합류하자니 훗날 기생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운명을 두려워한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얼마 전 드러나기도 했다. 네이버쇼핑이 자사 입점 업체 상품을 잘 보이게끔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네이버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은밀하게 계약 상인들을 지원했다는 건 타 오픈마켓을 차별했다는 말이 된다. 네이버쪽 상인이 아니라면 당연히 경쟁 오픈마켓으로부터 탈퇴하고 네이버쇼핑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관련된 뉴스의 댓글을 보면 다수의 상인들은 공정위 조치에 불만이 큰 것처럼 보인다. 네이버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 왜 네이버를 못 살게 구냐는 의견이 많다. 네이버를 자신들의 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시장을 재편한 뒤에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댓글의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후발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거래 상대방에게 자사 제품을 쓰도록 회유와 협박을 병행하는 건 흔한 일이다. 거대 제조업체가 주로 했던 행위에 빅테크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플랫폼 그물을 쳐놓고 물고기들로 하여금 플랫폼에 종속될 걸 알면서도 꼬이게 한다.

금융도 마찬가지 상황을 맞고 있다. 금융이 쇼핑과 다를 거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정부 감시와 관여가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심한 곳이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을 줄 세우고 장악한 플랫폼이 전례 없는 금융권력으로 발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중심에 ‘돈’이 있다. 특정 제품, 산업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국민과 국가 경제에 직접 영향이 미친다. 지금과 같이 비대면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 SNS나 뉴스 서비스를 통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라면 플랫폼이 정부 통제권을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빅테크가 소비자에게 진정 유익한지다. 대출을 예로 시장 재편 속도에 따라 플랫폼들이 이용 수수료율을 올리기 시작하면 은행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다. 플랫폼 통행료가 대출금리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험이든, 증권이든 소비자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미국 하원이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4개 빅테크들을 콕 찍어 반독점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면서 터무니 없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강압적인 조건을 내세운다’는 표현을 썼다. 하원은 심지어 서비스 기능에 따라 기업을 쪼개고 인수합병 때 시장 교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까지 했다. 한국이라고 사정이 다를까. 탈이 나기 전에 적절하게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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