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감독상과 배우상을 받았으니 기뻐해야 했다. 남자배우상은 정말 고대한 사건이었다. 사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수상은 이미 예측됐다. 배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은 2019년 영화 '기생충'에서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단지 칸의 내부규정에 따라 황금종려상과 겹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번 칸영화제에서 수상을 기원한 작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문수진 감독의 '각질'이었다. 이유는 한국영화의 계승적 진화 때문이다. '각질'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초청작 9편 가운데 유일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할 수 있었다. 칸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을 접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 우리 작품의 선정은 큰 의미가 있었다. 더구나 학교 졸업작품이 칸에 진출했다. 때문인지 외모 지상주의에 자아의 분열현상을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형상화해 도발적인 젊은 시선과 감각이 살아 있다. 이러한 작품의 진출은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다음으로 주목한 작품은 영화 '다음 소희'였다. '다음 소희'는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비평가주간은 1962년부터 프랑스 비평가협회 소속 최고의 평론가들이 참신성과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상영하는 세션이다.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된 '도희야' 정주리 감독의 작품이었다. 콜센터 실습 여고생의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주목받았다. 그는 사회적 모순 속에서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현실을 분노와 인간애를 교차시키며 연출한다. 이런 작품들이 좀 더 화제가 돼야 했다.
하지만 더 주목받은 것은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스크리닝'에 초청된 이정재 감독의 '헌트'였다.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이었는데 상영관 좌석이 매진됐고 극장에 등장한 이정재 감독과 정우성 배우에게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호불호가 갈렸는데도 한국의 액션오락영화가 이렇게 주목받은 이유는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후광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신예가 아니고 20년 이상 해외영화제의 밭을 갈아왔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영화인이 등장해야 한다. 과거 블랙리스트 논란은 물론이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이러한 신진 영화인들의 발굴·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다. 지금 신예가 등장해도 10년이다. 이제 한국영화의 세대계승이 이뤄져야 한다. 케이팝은 이제 4세대로 계승적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계승적 이동이라고 한 것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이전 세대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진화하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있는 이유다.
변화한 영화의 환경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상영관의 위기와 희망을 언급했지만 이제 상영관은 글로벌 OTT로 이동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정호연은 물론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세계적 흥행에 젊은 세대는 송강호가 아닌 선자 역의 김민하를 주목하고 있다. '파친코' 이전까지 아무도 연기실력이 출중한 김민하를 주목하지 않았다. 영화 '헌트'의 주목도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영향력 때문이다. 올해 미국 에미상은 '오징어게임'과 '파친코'의 대결이다. 드라마가 영화보다 수준이 낮게 취급받던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드라마가 영화에 자극을 주고 있다. 시네라마 시대에 우리는 많은 신예가 세계 무대에서 기회를 얻게 해야 한다. 재능있는 아티스트나 콘텐츠를 경쟁,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게 지원 격려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의 정책은 당장 흥행작, 킬러콘텐츠가 아닌 10년을 내다보고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