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일본 산케이신문에 '스펙전쟁 치열한 대학입시(대입) 실태'란 제목으로 한국 대입 현실을 소개하는 특파원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대학 진학을 위해 스펙을 쌓은 사례들, 자녀 진학비리 의혹으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 등이 언급됐다. 비단 이 기사만이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 부유층의 대입준비를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인해 요미우리신문과 로이터통신도 한국 사교육을 기사화했다. 필자도 외신의 취재에 응하면서 한국 사교육, 정확히는 학생부종합전형과 컨설턴트 역할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입시컨설팅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하면서.
바야흐로 대입 수시모집 때가 왔다. 지금은 입시컨설턴트가 매우 바빠지는 시기다. 수험생이 원하는 대로 합격할 수 있는 모집단위를 찾느라 애를 쓰고 있을 것이며 수험생이 부탁한 자기소개서 첨삭 등 제출서류를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물론 수험생과 학부모도 매우 바쁜 시기다. 수능준비와 더불어 지원 예정 모집단위의 선정과 지원을 위한 제출서류, 대학별 고사 준비에 진땀을 빼기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런저런 일로 동분서주하는 시즌이지만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일종의 '대목'이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생부기록을 두고 컨설턴트가 개입하는 것은 불법인데 이 시기에는 엄격히 규정을 적용하려는 교사와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으려는 수험생 사이에 갈등도 생긴다. 아, 참고로 컨설팅 비용은 지역마다 다른데 가장 비싼 서울 강남서초교육청 기준으로 1분당 5000원(진학상담, 지도)이 원칙이다. 1시간당 30만원, 이를 어기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컨설턴트가 지녀야 할 자질은 입시 전문지식과 경험, 관찰 및 분석력, 대안제시 및 해결능력, 협상 및 커뮤니케이션능력, 정보수집능력, 창의력, 미래예측능력 등을 망라한다. 이를 기르기 위한 컨설턴트의 모습을 보면 치열하다. 예를 들어 모든 메이저 입시기관의 자료를 모아 재편집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강의를 모조리 수강한다. 대학 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의대 지망생을 위해 의사 세미나에도 가고 최근 의학저널을 공부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위해 스피치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모여 입시스터디 모임도 한다. 심지어는 평가과정을 체득하기 위해 대학 입학사정관 채용에 응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입시시장에 사교육 컨설턴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의 진학담당 교사도 위에서 언급한 것 이상으로 부단히 노력해서 제자들의 입시 성공을 돕는다. 풍부한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히려 사교육 컨설팅을 능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교과(수업)지도와 입시지도를 병행하니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남들의 2배다. 심지어는 교육청이나 EBS,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외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 교사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뿐인가, 공사를 넘나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사교육에서 실시하는 합격진단, 모의지원 등 메커니즘도 파악해 학부모나 수험생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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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원서접수 과정은 고도의 심리전이며 정보전이다. 다른 수험생의 지원심리를 파악하는 능력과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력을 컨설턴트의 기본실력으로 본다면 컨설팅에도 개인차가 존재한다.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때 수험생은 가장 좋고 편리한(?) 컨설턴트가 나를 가장 잘 아는 학교 담임교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고도 부족할 때만 사교육을 찾는 것이 순리다. 사족(蛇足) 삼아 모든 컨설턴트에게 당부하고 싶다. 우리는 단순히 수험생의 대학합격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그의 인생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