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지역별 총생산액은 1944조원 규모다. 이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이른바 수도권의 총생산액 규모가 1025조원으로 조사돼 전국 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비중은 2000년 48.4%, 2010년 49.3%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더니 이번에 50%를 넘어섰다. 수도권 쏠림현상은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역대 정부마다 다각도의 정책과 노력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역 불균형이 더이상 해결이 안될 '마의 지점'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적 측면의 불균형은 인구, 교육, 소득, 문화, 복지 등 다른 영역에서 불균형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미래 성장엔진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분야의 지역적 편차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계를 보더라도 디지털산업(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 IT서비스) 분야로 국한하면 수도권 과점현상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전체 디지털기업의 78%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81.1%보다 다소 하락한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80%에 달한다. 또한 2015년 기준 디지털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29만5000여명 가운데 90%인 21만여명이 수도권에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이 비중은 다소 하락한 86%로 나타났지만 지난 5년 동안 별반 차이가 없다.
디지털 생산액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 심각하다. 2015년 기준 디지털기업들의 총생산액에서 무려 92.9%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2020년에는 89.1%로 비중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이다. 디지털산업 분야만 국한해서 본다면 앞서 언급한 지역 내 총생산액 비중 52%보다 무려 40%포인트 가까이 더 밀집된 셈이다. 게다가 지역별 IT 연구·개발 예산도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7년 기준으로 지역별 '정부 ICT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77.4%가 수도권과 대전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디지털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한다든지 스타트업 육성정책 등 각종 지원책을 추진했지만 좀처럼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물론 디지털산업 속성상 인프라를 잘 갖춘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다. 특히 요즘 밀레니얼(MZ)세대는 과거와 달리 연봉이나 복지보다 수도권 소재 기업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90%에 달하는 디지털산업의 수도권 과점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1차로는 정부의 지원이다. 역차별 우려가 제기된다 하더라도 지역 소재 디지털기업에 세금감면이라든지, 연구·개발 예산 인센티브 같은 재정지원과 함께 정부프로젝트 입찰경쟁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협의해 본사를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대책과 함께 인프라 시설을 보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지역 소재 대학과 연계된 산학프로그램 활성화 등의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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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2026년까지 5년간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육성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이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5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키우는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법을 제정하는 등 인재양성을 위한 각종 장애물도 걷어낼 계획이다.
무한경쟁에 접어든 첨단기술 시대에 자원이 태부족한 우리에게 디지털 인재양성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정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거나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이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시적인 목표 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