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것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죽음을 향해 가는 게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다"
수년 전 읽었던 어떤 소설에서 젊음은 유한하고 노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잊기 쉬운 진리를 실감 나게 표현한 구절이 기억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말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당연히 찾아올 노년기, 그리고 안정되고 평온해야 할 노년기가 금융피해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고령자 금융피해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기관 및 부양자 등에 의한 금융착취로 구분할 수 있다.
한편 고령자 금융피해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경제성장기에 자산을 일군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변 사람들이나 금융업 종사자에게 금융거래를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기에 노출되기 쉬워진 것도 고령자 금융피해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6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12,160건으로 전체 피해건수의 40.7%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령자의 금융피해 사례는 날로 증가하고 있어, 고령자 금융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고령자 금융피해는 전 세계적 현상이며 이를 일컫는 말로 '고령자 경제적 학대(elder economic abuse)', '고령자 금융학대(elder financial abuse)' 또는 '고령자 금융착취(elder financial exploitation)'와 같은 용어가 쓰인다. 미국은 2018년 고령자 안전법(Senior Safe Act)을 제정하여 금융기관이 금융착취 의심거래 발견시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와 고객자금을 인출 유보할 수 있는 조항을 두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 할 입법사례이다. 금융감독원은 법적 장치 마련 이전에라도 고령금융소비자에 대한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고 고령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업권별 자율규제의 형태로 '고령금융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동 가이드라인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정비와 함께, 고령자의 금융역량 강화를 위해 눈높이에 맞춰 금융교육에 힘쓰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고령층 전용 금융교재를 전면 개정하여 전국 대한노인회에 배포하는 한편, 코로나로 주춤했던 고령층 방문 교육을 복지관과 평생학습관을 중심으로 재개하는 등 고령층의 금융이해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금융교육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교재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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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7.5%인 우리나라는 2025년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40%를 넘어선다고 한다. 고령자의 재정적 안정을 통한 행복 보장은 이제는 온 국민의 행복 보장과 직결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고령자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별도 법 제정과 금융교육 강화는 온 국민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