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한다 vs 안 변한다.' 인간의 본성을 두고 펼쳐지는 이런 논쟁에서는 어김없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을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으로까지 표현하면 걱정이 매우 크다. 인간 본성 불변론이라는 이 단정적인 관념은 '낙인효과'나 부정적인 관점으로 누군가를 대하면 그 부정적인 기대에 맞춰 성장하게 된다는 '골렘효과'(Golem Effect)로 확대된다. 그렇다면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학교폭력(이하 학폭) 논란에서 우리는 가해학생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최근 공직자 자녀의 학폭 사실과 대응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공직자가 하루 만에 사퇴했으나 당시 검사의 신분으로 소송을 걸어 대법원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다. 더군다나 자녀의 서울대 입학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학폭문제가 대학입시(이하 대입)로 번졌다. 학폭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 인기와 맞물려 공직자 자녀의 '멀끔한 삶'은 대중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유명 트로트 경연프로그램 인기 출연자의 학폭 사실도 밝혀지면서 여론은 처벌강화와 함께 낙인까지 제대로 찍어야 한다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과 관련한 낙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대입일 것이다. 교육부는 악화한 여론에 맞춰 학폭 사실이 있는 가해학생에게 대입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학폭을 저지르면 수시뿐 아니라 정시로도 대학 진학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방적 메시지를 전해 학폭을 막자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는 학폭 등 인성 관련 내용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정시 교·사대, 의과대학 면접, 일부 실기 정도에서만 다룬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학폭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입력하게 돼 있다. 이 법률에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의 경각심을 고취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도 대입에서 학폭 가해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 것이다.
정시에서도 학폭 이력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교육부의 방향은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과 투명한 과정이 꼭 전제돼야 한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어릴 적 잘못으로 학생의 인생에서 중요한 대학진학을 막아버린다면 그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란 딜레마도 있다. 인권침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그래서 정시 등 대입에 불이익을 준다면 사안의 경중이나 고의성·심각성·지속성 여부, 반성과 개전(改悛)의 모습 등을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그 판단과정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또 공정하게 공개해 교육적 부작용이나 인권침해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학폭 처리과정에서 부모찬스도 막는 일이다.
교육부는 대입에 학폭 사실을 반영할 때 제도상 허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앞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보이지만 대입 학폭 판단의 토대가 되는 학생부기록은 졸업과 동시에, 혹은 2년 후 삭제된다. 그렇다면 졸업생, 검정고시생의 경우 대입에서도 불이익을 주기가 쉽지 않다. 즉, 학생부기록 세탁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기록의 고의적 누락이나 추후 법률적 판단결과의 변동 등도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폭을 대입에 반영하는 조치가 제대로 되려면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그에 근거한 예외 없는 철저한 기록과 더불어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학생부기록 세탁을 막고 검정고시생·N수생과 재학생간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 누구든 나이스(NEIS)에 있는 자퇴나 졸업 전까지의 (재학 중) 학폭기록을 대학에 송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필수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