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마이너스 투어, 이유없는 할인은 없다

[청계광장]마이너스 투어, 이유없는 할인은 없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2023.12.11 02:02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요즘 여행 관련 홈쇼핑을 보거나 관련 앱, 그리고 쇼핑몰 광고를 보면 죄다 할인여행이다. 아니 할인이 없는 여행을 찾기 힘들 정도다.

어떤 명목으로 할인을 하는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할인이라고 자랑해대며 광고를 하고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라고 호객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여행을 떠난다니 얼마나 큰 이득인가. 하지만 왜 할인하는지 생각을 한번 해보면 이것이 진짜 할인인지 조삼모사식의 호객행위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호갱(업자들에게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거나 계약 따위를 잡힌 일부 소비자를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이 되지 않기 위해선 말이다.

홈쇼핑의 경우를 이야기해보자. 홈쇼핑에 여행상품이 처음 나왔을 무렵에는 여행사 직원마저 홈쇼핑에 나오는 여행상품은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며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비수기에 남는 항공좌석, 현지의 좋은 숙소와 관광지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받아오는 상품이 바로 초창기 홈쇼핑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단 비수기 때 빈 좌석 및 현지 좋은 호텔, 관광 등의 물량을 채워주면 성수기에 항공 좌석 및 현지의 숙박 등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전략으로 대형 여행사들은 몇천만 원 하는 홈쇼핑 비용을 감수하는 마이너스 투어를 진행한 것이다.

과거 강원 영월 동강에 래프팅이 처음 도입됐을 때 이야기를 해보자. 2000년부터 동강에는 여기저기 래프팅 회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동강의 래프팅 회사는 3~4곳이었는데 어느새 수십 개 래프팅 회사가 생겨나자 서로 가격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6만~7만원 하던 가격이 2만~3만원대로 내려갔고 거기에 점심식사까지 주는 곳이 생겨났다.

여기서 생각을 해보면 과연 래프팅사업이 성장하면서 정작 돈은 누가 많이 벌었을까. 물론 초창기에 래프팅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돈을 벌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사업주는 가격경쟁을 위해 비용을 줄였을 것이고 서비스를 하나하나 빼가며 사업을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래프팅 배를 만드는 회사만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래프팅을 즐긴 여행객은 마냥 좋은 것일까. 재밌어야 하는 래프팅이 대기줄을 서서 배타기를 기다려야 했고 강에서는 다른 배에 치여 제대로 속도를 못 낸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래프팅 가이드는 하루에 여러 번 배를 타야 하니 지칠 대로 지치고 녹초가 돼 사람에게 짜증을 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렇다면 할인가격에 래프팅을 탄 사람들은 만족했고 소비자 서비스의 질 등에서 제대로 돈값을 했을까.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도 홈쇼핑에선 중국 장가계(중국명 장자제)에 가는 여행상품을 항공료보다 싼 3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업계 사람으로서 그 가격이 나온 여행의 구조를 아주 일부만 말하자면 현지 여행사는 가이드에게 아직도 인두세(나는 이 단어를 극혐한다)를 받는다. 즉 1인당 100달러에서 많게는 200달러까지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 가이드가 현지 여행사에 돈을 줘야 한다. 즉 20명이 한 날에 온다면 가이드는 2000달러에서 많게는 4000달러를 현지 여행사에 지불해야만 그날 손님의 가이드로 지정받을 수 있다. 그 여행은 옵션과 쇼핑 등 말을 하나마나 일 것이다.

명목 없는 할인, 저렴한 여행의 구조는 결과적으로 주최하는 여행사의 수익도 크게 안 나고 진행하는 현지 여행사 또한 손님에게 쇼핑과 옵션을 강요해야 하는 꺼림칙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즐거워야 할 여행객 또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조삼모사식의 할인은 할인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여행판은 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여행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구매하는 소비자도 모두가 깊이 생각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이유 없는 할인은 없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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