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동남아 금융기관의 의뢰로 해당 국가 금융기관에 접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금융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 살펴본 후 제안하고 전망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한국의 선진화한 금융서비스들을 참고사례로 들고 싶었지만 오히려 국내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적용에서 얼마나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졌는지만 확인하게 돼 무척 씁쓸했다.
한국 금융기관은 전통적 중앙집중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면서 여러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국경간 결제시스템은 여전히 SWIFT 네트워크에 의존해 거래속도가 느리고 높은 수수료 부담이 존재한다. 또한 실물자산의 디지털화 및 토큰화가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추세임에도 한국 금융기관은 법적 규제와 기술적 한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KYC(고객확인) 및 AML(자금세탁방지) 절차 또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며 반복적인 본인인증 절차로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주요 금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거나 적용되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 블록체인, 정확히 말하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은 금융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
첫째, 국경간 결제의 효율성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의 SWIFT 시스템은 복잡한 중개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비용과 긴 처리시간을 요구한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금융기관간 직접적인 거래가 가능해지며 실시간 결제 및 정산이 이뤄질 수 있다. 리플(XRP)과 JPM코인 같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금융기관들도 점진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프로세스를 개선한다. 한국 금융기관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자동화가 가능하다. 대출 및 담보관리, 보험청구 및 지급, 무역금융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는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글로벌 농산물 기업 카길의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거래사례에선 신용장(LC) 발급 및 결제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화돼 처리속도가 대폭 단축됐다.
셋째, RWA(Real World Asset) 토큰화를 통해 자산 유동성 증가가 가능하다. 부동산, 미술품, 주식, 채권과 같은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함으로써 투자자들은 소액 단위로 자산을 거래할 수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한국의 금융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배당 및 이자지급을 자동화할 수 있고 투자자의 신원인증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미국에선 FOBXX(Franklin OnChain US Government Money Fund) 같은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자산거래가 활발히 진행된다. 금융기관이 글로벌 투자자와 쉽게 연결되려면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
넷째, KYC 및 신원인증 절차개선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은 본인인증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높은 비용을 지출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DID(분산형 신원인증) 시스템을 활용하면 고객의 신원을 한 번 인증한 후 금융기관간 공유가 가능하며 불필요한 반복인증 절차를 줄일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인증기록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신용평가기관 등과 연계해 금융생태계 전반의 신뢰도를 향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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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기관이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폐쇄적이고 글로벌 호환성이 떨어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아닌 신뢰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 이제는 환상을 버릴 때다. DID든, STO든 어떤 금융분야든지 글로벌 기준은 퍼블릭이고 금융혁신은 여전히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