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맹국인 일본·유럽·한국에조차 고율관세를 부과한 미국이 왜 유독 중국엔 예고한 '추가 고율관세'를 실행하지 못할까. 물론 중국이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어서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가 고스란히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과 제조업 비용압박으로 되돌아온다는 경제논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논리뿐 아니라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강력한 협상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카드들인가.
첫째는 희토류다.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발전 등 주요 산업 공급망의 핵심소재다. 특히 AI에 필수인 GPU 반도체, 고성능 서버 등에서 핵심역할을 해 국가간 AI 경쟁이 치열할수록 중요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희토류 시장을 중국이 80% 이상 장악했다. 중국은 내몽골 바오터우 등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을 보유한 데다 1980년대부터 값싼 노동력 기반으로 대규모 개발에 나섰다. 반면 미국·유럽은 채굴·정련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고비용 때문에 사실상 생산을 포기했다. 그 결과 중국은 희토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고 다른 국가가 쉽게 대체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전략산업 공급망을 순식간에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관세협상에서 기세등등하다가도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흔들면 슬쩍 발을 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는 틱톡이다. 틱톡은 단순한 숏폼 동영상 앱이 아니다. 미국 내 사용자만 1억7000만명, 광고수익만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넘는 초거대 플랫폼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아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선거과정에서 틱톡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했다. 그만큼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는 얘기여서 11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틱톡을 강제퇴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9월19일 트럼프-시진핑 두 정상의 전화통화는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남 합의'가 타이틀이었지만 실은 틱톡의 미국사업 매각합의가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틱톡의 미국사업 매각합의를 이끌어낸 걸 본인의 큰 성과로 포장했지만 뒤로는 '대중국 추가관세 유예 또는 완화'라는 뒷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처럼 최근 전개되는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 미국의 관세강공에 대해 중국은 희토류라는 '채찍'과 틱톡이라는 '당근'을 동시에 흔드는 양동작전을 펼친다는 생각이다. 채찍은 미국 산업과 무역의 급소를 겨냥하고 당근은 정치와 여론을 흔든다. 미국이 동맹국에 강경한 관세정책을 쓰면서도 중국엔 어쩔 수 없이 유화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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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중국의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희토류 같은 전략자원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고 틱톡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 내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면서 협상력도 넓힐 것이다. 이 두 축을 병행한다면 미중대결은 단순 무역전쟁이 아닌 공급망과 자원, 플랫폼과 데이터를 아우르는 전방위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