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맨과 대법원 [우보세]

관세맨과 대법원 [우보세]

윤세미 기자
2025.11.05 04:02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맨'을 자칭하기 시작한 건 집권 1기였던 2018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관세는 거래의 수단이었고 트럼프는 관세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협상가였다. 7년이 지난 지금 집권 2기를 지나는 트럼프는 '관세맨'을 넘어 '관세왕'에 가까워 보인다. 관세는 무역정책을 넘어 외교와 안보,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무기가 됐다.

트럼프가 계속 관세왕으로 군림할 수 있을지를 두고 미국 연방대법원의 심리가 5일(현지시간) 시작된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게 합법인지 판단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관세 등이 포함된다. 앞서 1심과 2심은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경제 등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이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광범위한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단, 관세나 세금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까진 주로 이란이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력 등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데 이 법이 쓰였다. IEEPA를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건 트럼프가 처음이다. 그는 IEEPA가 부여하는 광범위한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도 포함됐다고 본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미국이 경제와 안보에서 무방비 상태에 놓이고 국가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성향이 짙다. 윌리엄앤메리대학 로스쿨의 조너선 애들러 교수는 지난달 칼럼에서 "법원은 외교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서 통상적으로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했다"면서 IEEPA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면 대법원이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재량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위법 판결이 나오리란 관측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사설을 통해 △헌법 제1조는 조세와 대외 통상에 관한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은 따로 존재하고 △지금까지 대법원은 역사적 선례가 없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 남용의 징후라고 판시해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위법으로 판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이 왕의 나라가 될지 법의 나라로 남을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전 세계는 대법원의 결정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대법원이 트럼프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관세왕의 권력은 전례 없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위법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서 관세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위법 판결이 나오더라도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미국의 관세 수입이 급감할 경우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판결의 방향과 무관하게 세계는 또 다른 불확실성에 맞닥뜨리게 공산이 크다. 어떤 경우에도 혼란은 뒤따를 수 있다. 냉정한 분석과 치밀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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