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AI기반의 실적장세

[MT시평]AI기반의 실적장세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6.01.13 02:05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오늘 코스피 상승이 실적 때문인지, 아니면 수급이나 정책 때문인지 이유를 어떻게 보시나요." 코스피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얼마 전 한 언론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대화 마지막에 지금 상황이 "체질개선"이냐는 질문엔 "그런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지만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도 간명했다. "실적입니다." 지금 시장이 오르는 것은 그냥 실적, 그것도 D램 중심의 삼성전자 추정치 상승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위주로만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2026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0조원을 밑돌았고 최대 추정치도 50조원 초반이었다. 8월부터 추정치는 급격히 높아졌고 10월에는 80조원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상향된 컨센서스는 110조원 초반인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전후해 145조~160조원대의 추정치가 속속 발표된다.

왜 갑자기 이렇게 실적 추정치가 올랐을까 싶은데 전적으로 AI 투자 때문이다. 지난해 초를 돌아보면 메모리 시황을 좋게 보던 애널리스트들은 D램 공정을 HBM으로 전환하면서 D램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이를 통해 D램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런데 AI 개발이 트레이닝에서 추론으로 전환돼 일반서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D램 수요가 증가해 이러한 전망이 결국 기대수준 이상으로 실현됐다. D램 가격이 상승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이 HBM에 근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50조원으로 전망하는데 메모리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들의 이익은 모두 합쳐도 15% 미만이다. 두 번 접는 폰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아이폰 폴더블이 나와서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줄 요인은 아니다. 무섭게 치솟는 시장은 결국 오로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이익이 증가한 때문이며 이는 지금 미국 시장을 주도하는 AI붐과 같은 현상으로 봐야 한다.

1월6일 기준 직전 1개월 동안 코스피지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36%로 불과 한 달 전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코스피 시가총액 375조원 중 두 회사 시가총액 증가액이 313조원으로 83%에 달하는 게 이를 설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6개월로 기간을 넓히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상법개정 등 거버넌스 개선노력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등 정부가 펼치는 노력은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희망적으로 보면 이러한 요인들이 시장에 반영되고 낙수효과마저 본격화하면 추가 상승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작된 실적 사이클은 그 자체의 동력을 가지고 진행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5년 넘게 시장을 주시하는 입장에서도 요즘 시장 상황은 새롭기만 하다. 주가가 오른다고 그걸 불안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고 '낙관주의자의 승리'라는 유명한 책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사이클은 전환되기 마련이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그 이후를 준비할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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