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사나에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 다르다

[MT시평]사나에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 다르다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2026.02.24 02:05
오건영 -신한금융그룹의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오건영 -신한금융그룹의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지난 2월8일 일본에서 열린 총선에서 자민당이 역사적인 압승을 거두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사나에노믹스'에도 큰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이기에 부양책 역시 '아베노믹스'를 상당부분 계승할 수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반응이 크게 갈린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의 힘으로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재정지출이 크게 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일본의 재정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은 몇 가지 면에서 아베노믹스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당시와는 경제상황이 크게 다르다. 아베가 집권한 2012~2013년 당시 일본 경제는 장기침체로 디플레이션 불황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였다. 이에 아베 신조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해 전방위 돈풀기에 나섰다. 그 영향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뛰어오르고 엔화는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10년 넘게 이어진 아베노믹스의 영향은 지금까지 계속되는데 지금은 슈퍼엔고가 아닌 뚜렷한 엔저현상을 보인다. 2012년 당시 1달러에 75엔 수준이던 달러 대비 엔화환율은 현재 150엔을 훌쩍 넘어 엔화약세가 극심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이렇게 촉발된 엔화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일본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부담을 높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노믹스와 같은 전방위 유동성 공급이 진행된다면 물가 및 환율불안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및 금융상황뿐 아니라 일본의 재정상황 역시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앞서 언급한 물가불안을 반영하며 최근 일본 국채금리가 크게 뛰어올랐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이자부담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베노믹스 부양과정에서 누적된 정부부채까지 감안하면 일본의 재정부담은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감한 재정지출은 다카이치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강조한다. 아베노믹스처럼 전방위 유동성 공급보다 신성장동력에 재정을 투입, 그 성장 속에서 발생하는 세수를 확보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책임 있는 재정정책'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10년 이상 이어진 엔저로 글로벌 국가들의 불만 역시 높다. 특히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엔화약세로 인한 물가상승이 일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이게 미국 금리의 하향안정까지 제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 내 물가불안을 높이는 엔화약세를 견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슈퍼엔고에 신음한 2012년 당시와는 글로벌 국가들의 견제 역시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경제의 부흥을 목표로 진행될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환경의 변화와 주변국의 견제, 그리고 과도한 재정적자 등은 아베노믹스와는 다소 다른 성격을 나타낼 것임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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