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역점을 둬온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론과 생산적, 포용금융 정책이 연이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고속철도용 전동차를 생산하는 다원시스의 생산과 납품 지연으로 은행에 2400억원대의 부실이 발생한게 대표적이다. 지난주에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포용금융 정책을 투자 위험요인으로 명시했다.
다원시스는 공공 발주 시스템에 따라 납품대금 중 선급금 일부를 우선 지급받는 제도와 이를 기반으로 금융권이 대출에 나서는 관행의 수혜를 입었다. 전동차 납품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추가 계약과 선급금 지급, 대출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대주주가 회사 주식 담보로 대출을 끌어들이는데 몰두하는 사이 경영 상태는 더 악화됐다. 부동산 시장 등에 쏠려있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을 통해 기업으로 돌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의 사례다.
저소득층 및 금융 취약계층을 사실상 우대(대출금리 인하)한다는 내용의 포용금융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 등은 SEC 제출 보고서에서 지난해부터 정부가 강조해 온 '포용금융' 확대 기조를 '투자 위험요인'으로 명시했다. 약자들에게 금융 문호를 열어준다는 취지지만 고객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연체율 상승과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약탈적 금융'이라는 강도높은 압박 속에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우대를 사실상 강요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출 금리는 차주의 신용도와 부도 위험을 반영해 산정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주라는 지시는 금융회사에 건전성 관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말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은 5조원을 웃돌 정도고 중소기업 연체율은 이미 위험 수준이다.
시장금리의 상승에도 저신용자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이들은 빚을 늘린다. 자연스레 은행은 중간 신용층의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공급 규모 자체를 줄인다. 서민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이들을 금융 절벽으로 내모는 것이다. 서민과 중기 지원은 생산적.포용 금융대책보다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부의 재정과 정책금융 펀드 확대를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