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워 수천만, 무대에 등장하면 터지는 플래시 세례. 가수도 배우도 아니다. 인플루언서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다. 일견 새로운 유형의 스타가 등장하는 시대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을 보고 정책을 보는 필자에게 이들은 새로운 혁신기업의 등장이다.
인플루언서를 필두로 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경계는 더 이상 조회수와 광고수익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경제가 2023년 약 2500억달러(약 346조원)에서 2027년 4800억달러( 664조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성장의 방식이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와 팬덤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제조기업은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넓혀간다. 콘텐츠가 기업이 되고, 영향력이 브랜드가 되며, 팬덤이 시장이 되는 변화. AI는 이 변화를 더욱 가속한다. 많은 직원이 없이도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을 실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업 혁신성장의 새로운 공식이 출현한 것이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혁신성은 생태계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성공과 수익화만 보면 잠재력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브랜드, 제조기업, 플랫폼, 유통, 투자자와 소비자는 서로 연결되고 함께 움직인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와 신뢰, 소비자 접점을 제공하고 제조기업은 기술과 제품, 생산과 품질관리 역량을 제공한다. 플랫폼은 노출과 거래의 장을 만들고 유통은 시장을 넓힌다. 따라서 이를 보는 분석의 초점과 정책의 관심사도 개인이 아닌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혁신기업으로서 크리에이터의 성장방식도 탈플랫폼이라기 보다는 플랫폼과의 새로운 상생이 기본 모델이다.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을 떠나야만 독립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플랫폼의 광고수익과 노출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와 IP, 소비자 관계, 유통채널과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지속가능한 상생과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리고 여기서 크리에이터 산업과 중소기업 정책이 만난다.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가운데에는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갖고도 시장을 못 만나고 브랜드를 못 키우는 기업이 많다. 반대로 크리에이터는 소비자와 소통하고 신뢰를 만들며 제품의 가치를 이야기로 바꾸는 힘이 있다.
크리에이터의 시장력과 중소기업의 생산력이 만나면 새로운 성장동력의 공식이 된다. 크리에이터 스스로도 브랜드와 기업가치를 만들어 내는 혁신기업이지만, 기존 중소기업·소상공인·스타트업과 결합해 공동제품과 브랜드를 만들고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혁신성장의 동인이자 촉진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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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책도 '크리에이터 개인 지원'보다 '기반 조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업 규모와 종사자, 매출과 고용, 수출과 거래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실태조사와 통계가 먼저다. 전문인력, 공정계약과 정산, IP 보호, 투자·금융과 해외진출 기반도 갖춰야 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중소기업과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연결하고 공동제품·브랜드 개발에서 해외 현지화, 유통, 성과측정까지 이어지는 현장 밀착형 실증체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기존 창업·판로·수출지원 사업과 연결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산업을 키우는 목표는 크리에이터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크리에이터 산업의 진짜 가치는 스타 몇 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새로운 혁신기업을 만들고 기존 기업의 성장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다.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혁신기업의 출발점이자, 기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새로운 소비자와 세계시장에 연결하는 성장 파트너이다. K-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개인의 성공담에 머물게 할 것인가, 우리 경제의 성장자산으로 키울 것인가. 크리에이터 산업과 기존 기업생태계를 제대로 연결할 때 새로운 성장동력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