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50%+1주' 의무공개매수가 국가 핵심기술을 위협할까

[유효상 칼럼] 왜 '50%+1주' 의무공개매수가 국가 핵심기술을 위협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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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1997년 도입됐다가 외환위기 직후 1년 만에 폐지됐던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부활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의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려면, 반드시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50%+1주'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주주에게도 대주주와 같은 프리미엄을 받을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미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도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와 전환사채(CB) 전환권 행사에 따른 주식 취득도 대상이다. 공격 세력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려는 최대주주도 공개매수 부담이 따른다는 뜻이다. 다만 이미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와 회생·부실징후 기업 인수는 예외로 하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과거 매수가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이며, 시행령에는 최근 1년간 최고 매수가격과 신고 전일 종가 중 높은 가격이 반영될 전망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율이 목표 물량에 못 미치면 응모분만 매수하면 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의무공개매수를 거치지 않고 사들인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되며 금융당국은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주주 보호'와 'M&A 시장 경색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도입하려는 50%+1주 부분 의무매수 제도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있어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과 홍콩은 30% 이상을 취득해 지배권을 확보하면 잔여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같은 조건의 공개매수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주주가 경영권을 넘길 때 일반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둘째, 과반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가 소수주주 몰래 회사의 자금과 이익을 빼돌리는 '터널링(Tunneling, 사익 편취)'이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 뒤 소수주주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상장폐지시키는 '스퀴즈아웃(Squeeze-out, 소수주주 축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터널링은 외견상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나 '합법적 거래'의 탈을 쓰고 이루어져 감독당국이 잡아내기 어렵다. 셋째, 인수 세력에게 기업 전체 가치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능력을 요구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나 헐값 인수 세력의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에는 의무공개매수가 없다. 대신 이사회가 포이즌 필(Poison Pill) 등 방어수단을 쓸 수 있고, 이사의 충실의무와 집단소송이 이를 견제한다. M&A를 하는 경우 우선 공개매수로 지배력을 확보한 뒤 잔여 주주를 정리하는 '2단계 인수(two-step acquisition)'가 활용돼 인수자가 지분 100%를 확보하는 형태로 거래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라마다 방식은 달라도 공격 수단, 방어 수단, 안보 심사가 하나의 균형 잡힌 '세트'로 짜여 있다는 점은 같다.

반면 한국은 미국식 경영권 방어 수단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영국식 전량 매수가 아닌 '부분 공개매수'에 공격자의 무기인 '베어허그 공시 의무'까지 더해 제도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과는 달리 특별한 방어권이 없는 한국은 공격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특히 이미 30~40%의 지분을 보유한 거대 자본이나 사모펀드는 10~20% 안팎의 지분만 공개매수로 추가 확보하면 과반 의결권과 이사회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다. 소액주주 전체를 온전히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공격 세력에게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경영권을 획득할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하게 된다.

여기에 지난 9월 3일 발의된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이 더해지면 이사회의 부담은 커진다. 발의안은 인수 제안을 받은 상장사 이사회가 제안 내용과 검토 계획을 공시하고, 공개매수에 대한 수용·거절·중립 의견과 논의 경과 및 사유를 주요사항보고서에 적도록 하고 있다. K-베어허그가 통과되면 공포 6개월 뒤 시행되며 의무를 어기면 1억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진지한 제안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허수성 제안에도 이사회가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려아연 사태처럼 이미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공격자가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며 '50%+1주 의무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이사회는 주주가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포기시킬 만한 근거를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된 상법 개정까지 감안하면, 이사회가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제안을 거부하면 '주주가치 훼손' 비판과 배임 리스크에, 수용하면 국가핵심기술과 공급망을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에 직면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최근 중국 당국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 AI 기업 마누스(Manus)를 메타(Meta)가 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거래에 대해 올해 4월 27일 외국 자본의 투자를 금지한다며 철회를 요구했고, 이미 성사됐던 거래가 지난 8월 백지화됐다. 국가안보와 기술 유출 우려 앞에서는 본사를 옮기는 이른바 '싱가포르 워싱(Singapore Washing)'도 통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의 기술 통제 방식은 법치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우리 시스템과 체제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형식을 뛰어넘어 제3국(싱가포르) 우회 거점까지 추적해 핵심 기술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사수하겠다는 중국의 단호한 원칙과 의지는, 우회 인수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통상·산업 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반면 우리는 국내 사모펀드를 앞세운 우회 인수가 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관이 해외 인수·합병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 산업통상부 장관의 승인이나 신고를 요구하고 있다. 고려아연도 2024년 11월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돼 이 승인 대상이 됐다. 그러나 제도는 인수 주체가 외국인일 때 작동한다. 외국 자본이 국내 사모펀드 등 국내 법인을 앞세워 들어오면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시에도 국가핵심기술 인정이 MBK연합의 인수 시도를 막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판 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부분 의무공개매수와 베어허그 도입으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조차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입법 과정에서 예상되는 제도적 허점과 문제점에 대한 좀 더 신중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자본의 단순한 법적 국적이나 표면적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적 자금 출처(LP 구성) 및 기술 유출 위험이 있는 특수관계·우회 수단을 정밀 검증할 수 있는 한국판 CFIUS 안보 심사 체계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이는 국내 자본의 건전한 M&A나 기업 구조조정 활동을 통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외국계 투기 자본이나 경쟁회사가 국내 법인의 형태로 국가핵심기술을 헐값에 탈취하려는 사각지대만을 핀포인트로 차단하자는 취지다. 둘째, 3차 상법 개정으로 '방어적 자사주 활용'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공격 세력에 대한 균형적 방어수단(포이즌 필이나 복수의결권)의 선택적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셋째, 50%+1주의 부분 매수 방식을 전량 매수 방식으로 전환해, 충분한 자금력 없이 경영권을 노리는 투기 세력의 진입을 차단하고 원하는 모든 주주에게 매각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제도가 만든 빈틈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공격의 문은 열면서 방어와 안보의 문은 닫아둔다면, 오랜 시간 쌓아온 첨단 기술과 그동안 지켜온 산업 안보는 투기성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그 대가는 국가 경제 전체의 손실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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