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가 만드는 글로벌 미래]2-④

K뷰티가 세계 화장품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한때 '가성비 좋은 아시아 화장품'으로 통했던 한국 화장품은 이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사상 처음 110억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수출 순위는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까지 올라섰다. 미국을 제치고 처음 올라선 자리다. K뷰티가 더 이상 유행이 아닌 산업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다. 전년 대비 11.8% 증가한 규모다. 2024년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선 후 또한번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역수지 흑자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101억달러였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12.9%를 차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수출 지형이다. K뷰티 최대 시장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국가별 수출액은 미국(22억달러), 중국(20억달러), 일본(11억달러) 순으로 많았다. 중국 중심 구조에서 북미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 배경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글래스 스킨'과 'K뷰티 루틴'이 글로벌 뷰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한국 화장품 특유의 저자극 성분과 기능성 이미지가 젊은 소비층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국내 브랜드들은 아마존과 세포라, 얼타뷰티 등 현지 핵심 유통망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K뷰티가 트렌디한 아시아 화장품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성분과 효능 중심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는 단계"라고 말했다.

유럽 시장의 확장 속도도 가파르다. 특히 '뷰티 본고장' 프랑스에서 K뷰티 존재감이 커지는 점은 상징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프랑스 화장품 수출액은 1억3405만달러다. 전년 대비 71.5% 증가했다. 프랑스 수출이 1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이후 누적 성장률은 180.8%다.
프랑스는 로레알과 LVMH뷰티, 시슬리, 클라란스 등 글로벌 뷰티 기업들의 본거지다.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런 시장에서 K뷰티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산업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현지 유통망 확대도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 대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 별도 K뷰티존이 들어선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코스알엑스와 닥터자르트, 토리든, 조선미녀, 바닐라코 등이 잇따라 입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메이크업 브랜드 어뮤즈는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과 샹젤리제점에 매장을 열었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세포라 온·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하며 유럽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자들의 PICK!
K뷰티 성장의 중심에는 스킨케어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85억3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74.7%를 차지했다. 팩과 마스크 제품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빠른 제품 개발력과 성분 차별화 전략이 글로벌 소비자 수요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해외 SNS에서는 한국식 피부관리법이 인기 콘텐츠다.
국내 기업들의 판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생산실적으로 보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양강 구도 속에서 에이피알이 2024년 21위에서 지난해 4위로 수직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메디큐브를 앞세운 글로벌 시장 공략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구다이글로벌과 비나우 등 신흥 브랜드들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ODM 기업들의 성장도 K뷰티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은 글로벌 브랜드 생산기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국내 ODM 생태계가 K뷰티 확산의 핵심 인프라다.
시장에서는 K뷰티가 유행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북미와 유럽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억1697만달러로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 성장률은 87%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수요 확대가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성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소비 탄력성이 높은 데다 SNS 기반 바이럴 효과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K뷰티가 가격 경쟁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성분과 효능, 브랜드 스토리까지 인정받고 있다"며 "이제 글로벌 뷰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