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동범죄 예방 '야동'부터 잡아라

[기자수첩]아동범죄 예방 '야동'부터 잡아라

최중혁 기자
2010.06.16 08:12

지난 주말 팔당역에서 중앙선을 탔다. 승객 상당수가 등산객이었고 취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 중 한 명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해 비틀거리며 서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예닐곱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귀엽다며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아이는 겁을 집어먹고 울기까지 했지만 덩치가 큰 취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냄새를 풍기며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제2, 제3의 김수철·조두순은 생각보다 가까이,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은 3시간30분마다 1명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12세 이하 어린이 성폭행은 2005년 116명에서 2008년 255명으로 3년만에 배 이상 증가했다. 성폭행 피해의 경우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김수철 사건 뒤 교육과학기술부는 '365일, 24시간 학교 안전망 서비스'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교장이 관리자를 지정해 24시간 학교 CCTV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초등학생의 등·하교 상황을 알려주는 '안심 알리미' 서비스를 전면 확대하고, 평일 학교 출입인에게 방문증을 발부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 대책으로 학부모들의 마음이 놓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24시간 CCTV로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학교를 벗어나면 사각지대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성욕에 눈이 먼 인면수심의 범죄자가 CCTV가 무서워 범죄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 아닌가.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 학교 담장을 높이고 CCTV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그보다 김수철과 같은 이들이 왜 우리 사회에서 양산되고 있는지를 먼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음란 동영상이 경찰단속을 비웃으며 무차별 유통되고 있다. 내용도 강간, 윤간 등 상상을 초월한다. 호기심은 많지만 자제심은 적은 청소년이 접할 경우 삐뚤어진 성의식이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성 전문가 구성애 씨는 성범죄의 주 원인으로 '음란물'을 꼽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그 의무는 비단 부모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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