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나눔 손길, 수혜자 고통은 어찌할꼬

얼어붙은 나눔 손길, 수혜자 고통은 어찌할꼬

배현정 기자
2010.12.04 10:51

[머니위크 기획]2010 연말 나눔 매뉴얼/공동모금회 비리 파문, 그 후

#1. 서울 용산문화체육센터 맞은편에 문을 연 플라워카페 스롤라인.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소박한 이 카페는 정신장애인이 직접 끓여주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민간지역사회재활기관 태화샘솟는집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만성정신질환자들의 사회 참여의 시작점이 되는 곳. '사랑의 열매'가 지원하는 자활의 공간이다.

#2. 지난 5년간 노숙인 2600여 명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 복지사업이 재정난으로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2006년 시작된 '임시주거비 지원을 통한 노숙인 사회복귀 지원사업'은 노숙인이 고시원 등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3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업.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에 따르면 지원받은 노숙인 중 약 80%인 1901명(2010년 2월 기준)이 노숙생활을 청산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사업은 내년 1월 종료될 예정이다. 사랑의 열매 복권기금을 활용해 시작됐던 사업이 예산 부담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010년 연말 '사랑의 행복 온도탑'은 싸늘한 영하권에 있다.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던 국내 유일 법정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비리 파문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공금횡령 및 채용비리 등이 보건복지부 감사로 드러나면서 나눔의 손길이 얼어붙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번 파문으로 '사랑의 열매'와 함께 울고 웃었던 이웃들의 얼굴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리의 열매'로 낙인찍힌 대가는 혹독하다. 공동모금회의 경우 파문 이후 기부 예정이던 20억원가량이 취소됐고, 약 1380명의 소액 기부자들이 후원을 중단했다.

연말 성금 모금에 나서야 하는 다른 기부단체들도 차가운 시선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다 똑같은 기관 아니냐?" "뭘 믿고 기부하냐" 등 매서운 질타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침착하게 '기부의 본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부가 줄어들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기부단체도, 기부자도 아닌 바로 수혜자(클라이언트)다.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면 지원받아야 이웃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을 수 있다.

박종호 기아대책 회원개발본부장은 "대외적으로 공동모금회의 잘못과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우리가 관심 갖고 주목해야 할 대상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채 도움을 손길을 기다리는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빈부격차의 골을 깊게 하고,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할 어려운 이웃들이 외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당부다.

공동모금회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11월25일 발표된 공동모금회 쇄신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액과 지위에 상관없이 단 한 번의 공금횡령, 금품·향응 수수 적발 시 퇴출하는 '즉시 퇴출제'(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조직체계를 전면 쇄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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