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삶을 바꾸는 연대]①충남 공주 '퍼즐랩'

충남 공주시 제민천 골목을 따라 걷자 낡은 한옥 사이로 작은 카페와 공방, 책방이 이어졌다. 평일 낮인데도 골목 곳곳에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앉아 쉬거나 가게를 오갔다. 천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 사람들 사이로 커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젊은 층도 눈에 띄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빈집이 늘어서고 상권이 끊긴 원도심이었다. 지금은 가게를 열거나 살림집을 구하려면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건물을 새로 지어서가 아니다. 청년이 머물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지난 13일 만난 권오상 퍼즐랩 대표는 골목을 가리키며 "처음 왔을 때는 20~30대는 거의 볼 수 없는 동네였다"고 말했다. 경기관광공사에서 15년간 근무하던 권 대표는 2018년 이곳에 한옥 게스트하우스(봉황재)를 열었다. 그는 "우연히 놀러왔다가 동네가 너무 괜찮다고 느껴졌다"며 "보통 부동산부터 가는데, 저는 계약금 걸고 바로 사표를 냈다"고 웃어넘겼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운영사인 퍼즐랩은 공주를 기반으로 지역 자원을 연결한 '마을호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상권과의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지역 콘텐츠를 바탕으로 주민과 상권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관광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퍼즐랩은 현재 제민천에서 숙박시설 4곳과 카페, 코워킹스페이스(작업공간), 마을안내소 등 총 7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권 대표는 '중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연결'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숙소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동네 식당, 카페, 공방까지 묶어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마을 안에서는 방문객의 동선도 달라졌다. 숙소에서 나와 식사하고, 카페를 들렀다가 공방이나 전시 공간을 둘러본 뒤 또 다른 가게로 발길을 옮긴다. 한 가게에 머무는 소비가 아니라 마을 전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체류 시간은 길어지고 소비는 자연스럽게 골목 전반으로 퍼진다.
이 같은 구조는 상권 변화로도 이어졌다. 공주 원도심 내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권 대표는 "공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인 도로는 아직 공실이 많은데, 제민천 주변은 공실이 없는 상태"라며 "사람이 머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상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청년들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전통주 바와 소규모 식당, 공예 공방, 책방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청년 창업자는 "처음에는 여행으로 왔다가 동네 분위기가 좋아 다시 찾게 됐고, 결국 가게까지 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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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민천에서는 '방문→재방문→정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이미 자리 잡고 살아가는 또래 청년들의 모습이 또 다른 청년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권 대표는 "결국 사람은 일자리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며 "여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제민천의 또 다른 특징은 '경쟁'보다 '협력'이 먼저라는 점이다. 한 가게에 손님이 몰리기보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소비가 분산되고, 상점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기존 상점과 청년 창업 공간이 맞물리면서 수익이 골목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기존 도시재생 방식과도 다르다. 보통은 공간을 먼저 조성한 뒤 사람을 유입시키지만, 이곳은 사람이 먼저 들어오고 그에 맞춰 공간이 채워졌다. 빈집과 유휴공간은 창업 공간으로 바뀌었고, 이는 다시 청년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권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으로 사람을 오게 할 수는 있지만, 머무르게 하는 건 결국 삶의 방식"이라며 "이곳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관계를 맺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여기서 스스로 일하고 살아가면서 동네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지속 가능하다"며 "그 흐름이 이어지면 지역은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