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화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는 서울대 학생들과 대학 측의 팽팽했던 줄다리기가 지난 26일 일단락됐다. 소통 부재가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는 '광우병 파동'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3년전인 2008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파동' 때 자주 거론됐던 원칙 가운데 하나가 '사전 예방의 원칙'이다. 어떤 사안이 안전하다고 확증될 때까지는 불안전한 것으로 간주, 만일의 사태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30일 6년 만에 성사된 비상총회에서 기습적으로 행정관을 점거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대학 측의 책임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교직원들의 점거 농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음에도 구성원 설득에 다소 안일한 자세로 대처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진행 과정에서도 대학 측의 소통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본부 측은 총학생회와의 3번에 걸친 '끝장 토론'을 벌이면서도 장소와 참석자 명단을 비밀에 부쳤다.
이를 좀 더 넓게 보면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사회적 합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질타하는 비판 여론이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대학 측은 내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공식발표 전 학내 안팎에서 일부 파악된 내용과 최종 공개된 잠정 합의안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합의안의 변동 가능성 때문임을 고려해도 이처럼 기밀문서 마냥 꽁꽁 숨겨야 했는지를 두고 학교 안팎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점거를 해제하면서 "오늘의 결정은 법인설립준비위를 해체하기 위한 투쟁이 끝났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회에 대한 투쟁에 함께 힘을 모으자"고 했다.
그가 밝힌 것처럼 이번 합의안은 '점거 해제'라는 일시적 성격이 짙다. 합의안이 도출됐음에도 법인화를 둘러싼 서울대 구성원 간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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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대 총학생회는 점거 해제 이후 노선을 선회, 국회로의 투쟁 동력 모으기에 한창이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10여명은 지난 27일 "서울대법인화법 폐기와 국·공립대 법인화 중단"을 요구하며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대학 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성원과의 소통에 진정성을 갖고 나서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점거 농성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