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년 만에 방한한 '살아있는 성자' 원선오 신부

[인터뷰]30년 만에 방한한 '살아있는 성자' 원선오 신부

뉴스1 제공
2012.05.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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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위안나 기자=

남수단에서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원선오 신부가 30년만에 방한했다.  News1 김태성 기자
남수단에서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원선오 신부가 30년만에 방한했다. News1 김태성 기자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최빈국에서 봉사를 멈추지 않는 푸른 눈의 신부가 3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살아있는 성자(聖者)' 원선오(한국명·Vincenzo Donati·84) 신부는 21일 오전 광주시 북구 살레시오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원 신부는 "1962년도 살레시오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당시 많은 학생들이 점심을 굶어야 했다. 게다가 학생들이 공부를 뒤로하고 나가 나무를 심고 벼도 심어야 했는데…"라며 "그러나 지금 한국은 그때와는 달리 먹을 것이 풍족하고 학교 시설이 완벽하다"며 변화를 놀라워했다.

그는 "과거 한국도 가난했지만 그때의 한국과 지금 아프리카의 가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한국은 차차 발전했지만 수단은 20년이 지나야 한국의 1년 발전을 따라잡는다"고 말했다.

원 신부는 살레시오고 교사 시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1800여명 학생들의 손을 잡고 이름을 외워 불렀다. 그렇게 지내던 20여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그는 1982년 홀연히 케냐로 떠났다.

그는 "항상 가장 가난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케냐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며 "몇년 후 '수단 아이들 4만 명이 전쟁을 피해 사막으로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고 수단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원 신부는 1994년 수단으로 건너가 봉사의 기반을 다져 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울지마 톤즈(Tonj)'의 주인공인 고(故) 이태석 신부가 처음 수단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도 원 신부가 기반을 다져 놓은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이 신부가 돌아가신 이후, 톤즈에 대체 인력을 투입하려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자 '이 신부님을 대체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신부는 그저 우리와 같이 살던 친구'라고 말했다"며 "봉사의 기본은 '베푸는 것'이 아닌 '동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수단에서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원선오 신부가 30년만에 방한했다.  News1 김태성 기자
남수단에서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원선오 신부가 30년만에 방한했다. News1 김태성 기자

원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빗대 설명했다.

이탈리아 출생인 원 신부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어려운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살레시오 학교에 입학하게 된 계기도 "학비가 무료였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원 신부는 '아프리카에 학교가 필요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토양이 비옥하고 물도 많아 농사짓기에 알맞다. 그러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농사'와 '농업'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기 때문에 목축만을 계속한다"며 "게다가 수단은 지금도 서로의 가축을 뺏으려 '전쟁'을 하고 있다. 하루에 300여명이 죽는 일도 태반"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그저 먹을 것을준다면 오늘도 줘야하고 내일도 줘야한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지식을 주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현재 '남수단의 5만 명 아이들을 위한 학교 100개 세우기'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원 신부는 "이미 선생님과 학생들은 준비가 돼 있다. 다만 비바람을 피해 공부할 장소만 필요할 뿐"이라며 "높은 건물이 아닌 지붕과 칠판이 있는 곳이 바로 학교"라며 직접 손으로 그린 학교 설계도를 보여줬다.

광주 살레시오 고교동문들은 원 신부가 학교 세우기 프로젝트를 위한 성금 모금을 한다는 사실을 듣고 20여일 만에 목표액의 3배인 1억5000만원 모금에 성공했다.

과거 등굣길에 원 신부와 손을 잡으며 "어른이 돼 성공한 뒤에 신부님을 돕겠다"고 말한 졸업생들이 수 십 년 만에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원 신부는 20일 살레시오 고교 방한기념 식수와 핸드 프린팅 행사에서 '러브 인 액션(Love in action)'이라는 표어를 남겼다.

그가 이같은 표어를 남긴 이유는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원 신부의 말을 경청하던 졸업생들이 "이 노래를 기억하느냐"며 가수 은희의 '사랑해'를 부르자 그는 미소를 띄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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