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은 쇼핑과 야경의 도시라 불린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산사태 예방 선진국으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백명이 산사태로 숨지는 등 최악의 국가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명피해가 거의 없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홍콩을 방문해 산사태 방지시설들을 꼼꼼히 둘러봤다.
홍콩의 면적은 1104㎢로 자연구릉지가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밀도는 1㎢당 6410명으로 매우 높다. 좁은 국토 여건상 적정한 법적규제 없이 간척사업으로 땅을 만들고 산까지 도시건설이 진행됐다. 산마다 3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이유다.
특히 홍콩 면적의 60% 이상이 15∼40도 가량 자연슬로프 형태다. 산이나 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뒤가 바로 산과 직면해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강수량. 연평균 강수량은 2214㎜로 우리나라의 약 2배다. 이렇다보니 폭우가 내릴 때마다 매년 300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1972년엔 100여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5년간 일어난 산사태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거의 없다. 홍콩인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1977년 산사태 방재 전담 기관인 GEO(지반기술부)를 신설하고 나서부터 홍콩이 변했다. 홍콩의 산지방재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GEO는 10개과에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산사태 연구인력만 250명에 달해 2~3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천양지차다.
이런 외적 요소보다 더 홍콩의 산사태 방지정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이곳 공무원들은 산사태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숨기는 사항 없이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산사태 달력을 만들고 위험표지판도 설치하고 학교·마을에 산사태 교육도 실시한다. 35년 간 산사태를 연구하면서 만들어온 결과물이 인상적이다.
작년 7월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지 1년. 깊은 산골이 아니라 우리 뒷산에서 대형 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서울시는 복구 작업과 함께 산지방재 전문 부서를 만드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각 나라마다 기후도 토양도 다르다. 박 시장도 "피해를 막기 위해 단 한 번의 조치보다는 장기적인 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우리 자연환경에 맞는 '한국식' 산사태 방지모델을 연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