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서울시 신청사는 사람들로 붐볐다. 4년 5개월에 걸친 공사와 한 달간의 이사를 끝내고 개청식과 함께 정식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전통 집들이 방식으로 거행된 개청행사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주한 외교사절 30여 명과 시민 4000여 명이 함께 했다.
그러나 '시민이 주인'이라고 내세운 이 행사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 얘기다. 지하 5층·지상 13층 규모를 자랑하는 새 청사에 '수유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다. 청사 로비 1층에 있는 층별 안내문과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청사 안내엔 분명히 수유실이 표기돼있다. 당장 우는 아이를 달래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게다가 오는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박 시장이 그 누구보다 여성, 육아 정책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답답한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시는 수유실 공간에 대해 느긋한(?) 입장이다. 공간만 배정해놓고 정확한 개관 시기를 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아기와 엄마들을 위해 어떤 시설을 갖출지도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이다. 신청사 이주와 관련한 다른 업무가 많아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신청사의 40%에 가까운 공간을 시민 공간으로 꾸몄다고 내세웠다. 시내전망대, 결혼식장, 갤러리 등 기존 청사와 달리 각종 시민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는 자랑과 함께 말이다. 과거 공무원의 일터에 머물던 청사가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측면에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지난 6월 "잠실야구장 모유수유실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한 주부의 민원에 야구장 수유실은 쾌적한 공간으로 변했다. 박 시장이 "생각만 바꾸면 금세 고칠 수 있는 것도 많다"며 지시한 덕분이다. 화려한 신청사가 부끄럽지 않도록 작은 부분도 배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한 때다. 박 시장의 트위터에 공사 중인 수유실 사진이 올라오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