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용린의 '침묵'

[기자수첩]문용린의 '침묵'

서진욱 기자
2013.07.26 06:40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불협화음'과 불통의 상징이었다. 보수정권의 장관(이주호)과 진보교육감(곽노현)은 학생인권조례, 해직교사 복직 등 현안을 두고 번번이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두 기관은 소송전이라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체제가 구축되자 교육계에서는 정책 일관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적어도 지난 정권에서 불거진 두 기관의 극심한 갈등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였다.

실제로 두 기관은 지금까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중학교 지정취소에 대해 엇갈린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 정권의 '불협화음'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즉각적인 국제중 지정취소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제도 개선을 각종 비위사실이 드러난 영훈국제중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제중 지위 박탈' 발언에 대한 조치였다.

반면 지정취소 권한을 갖고 있는 시교육청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지정취소 가능 여부를 검토한다는 의견"이라면서도 "입장을 밝힐 경우 교육부와의 '불협화음'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침묵' 자체가 오히려 불협화음으로 인식되고 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영훈중에 대한 소급적용은 어렵다"는 게 시교육청의 기존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교육부, 시교육청이 과연 조율 능력이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문용린 교육감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 전 "수사결과를 보고 지정취소 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발표 이후 침묵하고 있다. 문 교육감을 대신해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입장은 "현행 법상 지정취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관복 부교육감은 "사람도 태어나면 백년해로 하라고 하는데 국제중도 일단 지정이 됐으니 취소보다는 끝까지 함께 가야하지 않겠냐"는 부적절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침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문 교육감과 시교육청이 불협화음으로 비춰지는 게 우려스럽다면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된다.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침묵하는 건 서울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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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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