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예일대학교 레빈 총장이 퇴임했다. 46세에 취임해서 66세가 된 20년간 학교를 이끌었고 같이 일했던 역대 교무처장 7인은 모두 MIT와 옥스퍼드를 비롯한 다른 대학의 총장이 되었다. 레빈의 재임 기간 동안 예일대학은 학문적 수준, 학생의 학업성취도, 교수와 직원들의 복지, 기금조성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도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재임 기간에 자신이 총장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만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다. 만약 레빈 총장이 임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그 자리에 있지 못했었다면 지금의 예일대학은 어땠을까?.

대통령,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 임기가 있다.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책도 같다. 또 금융기관 경영진, 공기업 경영진 모두 임기가 있다. 사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정년이라는 임기가 있고, 자연이 모든 사람에게 정해준 임기인 수명이 있다. 이 임기라는 것의 존재는 해당되는, 그리고 주위의 관련되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5년 단임제 대통령과 4년 중임제 대통령의 국가운영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은 굳이 미국과 비교해 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사실 상 임기가 없는 재벌회장과 임기가 보장되어도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 일부 대기업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회사 안팎의 사람들이 회장을 다르게 대하기 때문이다.
임기가 너무 짧거나 임기의 존재 자체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유능한 기관장, 경영자들이다. 그러나 임기를 없앨 수는 없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건강상태도 변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바꿀 기회가 필요하다. 실제로 어떤 경우에는 임기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내 임기 동안'이라는 생각도 항상 문제다. 전임자를 폄훼하거나 임기 동안 이런저런 무리수가 두어진다. 임기 끝에 무리해서 실적을 올리고 떠나면 후임자가 부담을 안는다. 다른 생각이 있는 전임자는 후임자와 조직 보다는 자신의 다음 경력을 생각한다. 다음 경력이 눈에 보이는 기관장은 임기 끝까지 조직 장악력이 있고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일에 전력하는 기관장은 레임덕을 겪는다. 거꾸로다.
금융기관 CEO의 임기는 항상 짧아서 문제다. 임기가 너무 짧은 경우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 스스로도 초기가 지나면 동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인사가 많다면 임기를 늘려 둘 수도 없고 임기가 남아있어도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라는 압력이 발생한다. 이 임기 문제가 낙하산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데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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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무리한 자금유치와 투자도 마찬가지다. KKR의 헨리 크라비스가 말했듯이 회사를 사들이는 것은 어떤 바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중에 높은 값으로 되팔 때 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회사를 사들이는 것은 내 실적으로 잡히고 5년 후에 그 회사가 팔리든 말든 그것은 내 일이 아니다. 그 때가 되면 사실 내가 회사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공직, 대학 총장, 금융기관 경영자 모두 일단 4, 5년 정도의 임기 보장을 기본으로 하고, 연임할 수 있으며 실제로 연임한다는 것으로 기본 규칙이 정해져야 한다. 국내외의 여러 사례를 비교하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사회조직 운영의 사이클이다.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런 자리를 사유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사적인 동기와 이익은 기본이다.
그러나 점점 자리의 본래 기능과 의무는 완전히 뒷전이 되는 것 같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인사에서도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